현대그룹이 추징세금을 내기로 태도를 바꿈으로써 정부와 대기업간의 긴장관계와 대결은 일단 고비를 넘긴 셈이 되었다.우리는 이번 사태에 관련된 모든 문제가 법대로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거니와 사건이 남긴 교훈은 반드시 한번 짚고 넘어가야 될 성질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세청이 현대의 주식이동과 관련,1천3백61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명분은 국민의 납득과 동조를 구하기에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소유의 지나친 집중과 변칙적 방법에 의한 부의 세습이 국민에게 거부감을 낳게한데다가 그들이 가진 부의 축적과정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도 세금추징의 명분은 떳떳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떳떳한 명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추징하게된 동기와 절차·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석연치 않는 느낌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감정은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괄한 적극적인 행위가 없어 처벌이 곤란하다』고 말한 검찰의 법적견해에서도 나타나 있으며 왜 유독 현대만을 도마에 올려놓고 칼질을 하느냐고 일부 여론이 제기한 의문에서도 엿볼 수 있다고 하겠다.
법대로 처리했다는 국세청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그 「법대로」라는 주장에 우리들의 의혹의 눈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데 있다고 여겨진다.
그런점에서 우리는 현대측이 이의 제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세금추징의 근거와 정당성을 철저히 해명해야 하며 모든것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처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현대측의 불복논리의 부당성을 입증 할 수 있을 것이고,정부의 세무조사가 어떠한 정치성 내지는 감정적 동기에 의해 취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할 수 있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비록 번복되었다고는 하나 재벌기업의 총수가 납세거부를 공공연히 선언하고 나선데 대해서는 우리로서 아직도 경악과 노여움을 금할 수가 없다. 정 회장의 불복선언은 설사 그의 주장에 얼마간의 이유와 근거가 있다손치더라도 공권에 대한 공연한 도전이며 재벌의 오만을 그 밑바닥에 깔고 있는 것이라고 의심받아도 싸기 때문이다.
만약 그의 불복선언이 『딴 사람들도 다 하는 짓인데 왜 우리의 경우만을 문제 삼느냐』 하는 사고가 작용한 것이라면 그의 자세는 더욱이나 비난받아 마땅하다. 남이 하는 나쁜 짓 내가해서 어떠냐는 사고방식은 법적으로나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나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용서받을 수 없는 상식밖의 일이라고 하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기업들은 과거의 그릇된 타성과 환상에서 벗어나 좀더 경건한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져야할 것이며 보다 적극적으로 대기업이 지녀야할 책임과 위상,그리고 사회적 기능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을줄로 안다.
또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으로부터 추호할만한 의심도 받지 않도록 정당하게 사태를 처리해야 할것이며 변칙적인 부의 세습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의 제정을 서둘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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