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하오 국방부에서 있었던 국방부 간부와 재야인사들과의 만남은 최근 군의 자세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었다.4평 남짓한 국방부 민원실에서 국방부 군수국차장 강의영소장 등 군관계자 3명은 계훈제씨,진관스님 등 재야대표인사 6명과 1시간여에 걸친 토론을 벌였다.
이날의 만남은 하루전 재야측이 한·미전시지원협정(WHNS) 체결철회를 요구하며 전달한 13개 항목의 질의에 대한 국방부의 답변 형식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실제로 군이 재야의 요청에 응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이날 다시 답변을 듣겠다고 국방부를 찾았던 재야인사들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서로 대면했다고는 하나 양측은 엄청난 시각차이를 재확인했을뿐 가시적인 토론성과는 없었다.
양측은 문제를 보는 기본시각에서부터 정반대의 입장을 드러냈다.
재야는 현재의 세계정세를 소련연방해체,독일통일,동구권변화 등으로 신데탕트 분위기로 보고있는데 대해 국방부측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으로 위기의식이 팽배,대남도발의 위협요소가 커지고 있다고 보았다. 국방부는 또 『국민의 뜻에 반하는 협정』이라는 재야의 주장을 『납득할만한 확인과정없이 국민의 뜻을 앞세우는 것은 독선』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협정의 불평등여부,추가경비 부담문제 등 세부사항에 이르기까지 양측의 견해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만남의 의의는 이같은 토론내용에 있지 않다.
국방부측은 『재야의 주장이 이해하기 어렵고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길 없으나 이러한 모든 주장과 염려가 우국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고 재야측도 사후 평가에서 『우리의 질의 사항에 대한 국방부의 성실한 답변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혀 지금까지 결코 만날 수 없을 것으로 여겼던 서로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는 커다란 변화를 보였다.
재야에까지 창구를 개방함으로써 이제 군이 자신의 입장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이 더이상 「파격」이 될 수 없게됐다는 사실이 이날 만남의 분명한 결론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