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현안 지렛대 활용·선명성 부각 노려/여,“정면돌파… 강행처리해도 명분있다”순조롭게 풀려나가는듯 하던 국회가 갑자기 파행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여야가 피차 최대역점을 두고있는 예결위는 18일에 이어 19일 이틀째 야당측의 정부측 자료부실 비난속에 공전을 거듭했고 각 상임위도 예산 등과 연계된 야당의 불참결정에 따라 공전되거나 반쪽으로 운영됐다. 추곡수매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농림수산위 역시 동의안 상정자체에 대한 의견절충이 결렬을 거듭,회의를 열지 못했다.
여기에 국회의원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어 13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종반전에 여야의 일대 격돌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순항하던 국회가 이처럼 주춤거리게 된것은 야당이 18일 전격적으로 예결위와 각 상임위의 정상운영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현재의 여야관계,총선 등 향후의 정치일정 등과 관련한 야당측의 복합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민주당은 당초 예산심의를 정치현안과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국회운영을 지렛대로 각종 협상에서의 우위를 확보해야할 현실적 필요를 새삼 느낀듯하다. 또한 장기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
이에대한 여당의 입장은 강경하다.
국정감사 단독운영서 실보다는 득이 더 컸다고 평가하고 있는 여당은 이번에도 최대한의 「명분쌓기」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한뒤 단독처리 등 정면돌파의 강공책을 불사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보름이 채남지 않은 예산안 처리과정을 중심으로 여야간 공방전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며 과거와 같은 육탄충돌 등 구태를 재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 국회공전 원인의 핵심 고리는 무엇보다 예산심의. 민주당은 예결위를 비롯,각상임위일정 전반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으나 그 명분을 뜯어보면 예산심의가 중심축을 이루고 있음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민주당은 우선 잇단 예결위 공전의 표면적 이유로 정부측의 불성실한 자료제출 및 여당의원들에 대한 서면답변 남발,국무총리의 불출석 등을 들고있다. 행정부의 이같은 불성실한 태도는 기본적으로 국회권능에 대한 무시이며 이런 상황에서 충실한 예산심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일반상임위의 법안처리중단 결정에 대해서는 『예산 심의와 추곡수매 등 중차대한 사안을 먼저 처리한뒤 다른 문제들을 논의해 나간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함께 민자당의 국회운영 방향에 대한 불신도 감추지 않고 있다. 즉 여당이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다른 현안에 대해선 수박겉핥기 식으로 밀어붙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민자당이 오는 12월2일 예산안 통과를 끝으로 사실상 국회를 마감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대여협상에서 예산심의를 무기화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사정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민자당은 이같은 야당의 속마음을 읽고 있으면서도 예산심의와 다른 현안을 연계하지는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자당은 우선 민주당이 예산심의에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함으로써 「선명성」을 확보하려할 경우 정책정당으로서의 통합야당 이미지에 흠집을 남기게 되기 때문에 실력저지 등 과거와 같은 무리수는 두지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또한 민자당으로선 정치관계법 협상 등에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있는 측면도 있다. 선거구 분구 등은 인구 등 가성이라는 명분을 갖고 있고 그동안 실무협상에서 합의해놓은 부분들도 있기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이 내용들로 강행처리할 경우 최소한 여론에 의한 피해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민자당은 또 정치 관계법 협상에서 상당부분 합의를 이루더라도 어치파 민주당이 또다른 고리를 만들어 여당 강행처리를 유도함으로써 실리와 명분을 함께 얻으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민자당은 야당의 사살상의 예산심의 연계에 말려들지 않고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전법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호 원내총무가 19일 국회파행과 관련,『야당이 진정 국민앞에 수권정당으로 나서려면 이런 나쁜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고 전에 없이 강한 톤으로 비난하고 나선것은 이같은 여당의 자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 총무의 말대로 『야당이 국회를 어떻게든 파란으로 끌고가려 한다』는 것이 여당측이 시각인 이상 여야간의 물밑 절충도 쉽사리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회는 당분간 공전과 여당단독 강행의 구태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국회관계자들의 대책적인 관측이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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