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 미국무장관의 북경방문은 뾰족한 성과없이 끝났다. 15일부터 17일까지 이틀반동안에 걸친 그의 중국방문은 89년 6월 천안문사태 이후 2년반만에 이루어진 두나라의 고위급회담이었다.미국과 중국 두나라의 쌍무적인 관계로 볼 때에는 천안문사태로 빚어진 경제·외교적 제재를 풀고 관계정상화를 이룰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제3자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국제환경속에서 두나라의 합의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애초에 이번 북경회담으로 두나라 관계가 전면적으로 원상회복되고,또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정세에 「평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올 것을 기대했다면 이번 베이커의 북경여행은 확실히 실패했다고 보아 마땅하다.
그러나 기대가 작았다면 성과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내년 3월까지 핵확산금지조약 비준절차를 마치고,미사일기술 수출규제에 「조건부」로나마 응하기로 한것도 성과라고 할것이다.
중국의 핵확산금지조약 가입완결은 우리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에 반대한다는 것을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법적으로 명문화 한다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정상화에 걸림돌이 돼있는 중국의 인권상황 문제도 미국이 요구하는만큼 전면적인 해금은 아니지만,망명허용 등에 약간의 양보를 얻어냈다고 볼수 있다. 한해 1백억달러 규모에 이른 중국의 대미 흑자문제도 지적재산권 보호나 중국 경제사절단의 미국파견 등의 합의에 그쳤다. 중국시장의 개방에 우리 자신 상당한 이해관계가 있는만큼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가장 큰 관심을 갖는것은 두말할것도 없이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 문제에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로 견제역할을 약속하느냐에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측은 「공동노력」이라는 애매모호한 태도에 그쳤다.
애초에 중국의 전기침 외교부장은 서울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때 북한에 대한 적극적 압력보다는 「외교」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북경회담에서도 이러한 기본노선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경회담은 2년반만에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재개했다는 뜻도 크다. 하나의 시작으로 본다면 이번 회담을 성과보다는 시작 그 자체가 중요하고,그런 뜻에서는 성과도 작은 것은 아니다. 북한의 핵개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도 그런 뜻에서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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