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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불복」이 미칠 파장(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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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불복」이 미칠 파장(사설)

입력
1991.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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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8일 국세청의 추징세액 1천3백61억원에 대해 불복,법정에서 이 문제를 가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에대해 『재산압류 등 모든 강경조치를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정부의 현대그룹에 대한 세추징과 이에대한 현대그룹의 불복은 단순한 「세추징과 이의제기」 사건이 아니다. 한국의 현정치·경제적 여건에서 단순한 세법문제 이상의 큰 함축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우선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정·재계의 위상이다. 지금까지는 정경유착이라고 할 정도로 정·재계는 밀착돼왔던 것이고 정치권력이 권위주의체제 아래에서 우위를 유지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현대그룹 정 회장의 불복은 이러한 관계의 변화를 시사해주는 것같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정치권력,재계,관계,언론계 등 국가의 각 집단이 견제와 균형속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믿는다. 정치적 변화에 따라 재계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발전적인 것이다.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이 기자회견과 도하각신문에 게재한 해명서를 통해 불복사유를 밝힌것은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3·5공 아래에서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정 회장과 현대그룹이 정부의 세추징에 국세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에 패소하는 경우 행정소송으로 가겠다고 밝힌것은 당사자로서는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정 회장은 일단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추징세금을 납부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아예 추징세금을 내지않고 법으로 대결키로 했다. 우리는 정 회장과 현대그룹의 불복결정에 대해 제3자로서 어떤 판단을 표시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우려하는 것은 불복의 방식이 한국의 대표적 재벌그룹과 그 총수의 입장으로서는 지극히 「비전통적」이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여론으로 6공의 관계당국을 몰아붙이려는듯한 오해를 주기 쉬운것이다. 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추징세금의 일부는 납부하는가』라는 질문에 『현상태로는 낼돈이 없다』고 했다.

또한 신문에 게재한 「해명서」 광고에서는 『국세청의 이번 과세가 현행 세법하에서 지금까지 집행하여온 법규나 관례를 넘어서 현대에만 처음으로 무리하게 과세함은 아무리 심사숙고하여 보아도 수긍할 수 없기때문에 앞으로 법원의 결정에 따르고자…』 운운,국세청의 불공정성이 불복의 사유인 것을 강도있게 표명했다. 불공정성 여부는 앞으로 법으로 가려지겠지만 이처럼 신문광고를 통해 표명한 것은 현대측의 주장에 대한 동정보다도 오히려 재벌의 오만으로 비쳐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공권력이 권력으로 착각되어 도전받는 것은 원치않는다. 공권력은 국민의 수권에서 나온다. 지금은 정부와 재계의 협조체계가 그 어느때보다도 긴밀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법에 의해서든 아니든 객관성이 있고 순리적인 타결이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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