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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납세거부·법정투쟁」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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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납세거부·법정투쟁」 일파만파

입력
1991.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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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조세권에 정면도전」 충격/“왜 우리만…” 예상밖의 초강수/“재벌위주 정책 자업” 평가도/당국 “법대로 엄격집행”… 정·경간 힘겨루기 양상18일 현대그룹 정주영회장이 납세불복과 법정투쟁 불사방침을 밝힌 것은 민간기업이 국가의 조세권에 정면도전한 사상 유례없는 대사건으로 경제뿐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 일파만파의 충격과 파급효과를 몰고올 전망이다.

정 회장의 회견내용이 전해지자 많은 국민들은 『재벌이 국가권력에 맞설 만큼 비대해지도록 방치한 결과』라며 향후 당국의 대응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대가 예상을 뒤엎는 초강경수를 선택한 배경은 현정권에 대한 재계 전체의 불만을 응집,이번 기회에 한바탕 정·경간에 힘겨루기를 해보려는 신호로 해석할수도 있다』며 『이번 사태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했다.

이날 현대측이 내세운 과세불복의 사유는 대체로 세가지로 압축된다.

즉 지금까지 주식의 상속증여 과정에서 당시 세법에 따라 「성실히」 세금을 납부했고,주식이동은 공정거래법의 관계규정에 따라 법을 준수하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또 국세청이 이번 과세조치를 통해 「기존 법규나 관례」를 넘어 현대에만 무리하게 과세함은 아무리 생각해도 수긍할 수 없다는 것.

현대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관계자들은 『말도 안되는 억지 논리』이며 『현대측이 장고끝에 최악의 「자충수」를 둔 셈』이라면서 『앞으로 모든 사후처리는 엄격히 법대로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관계자들은 이번 세금추징이 탈세라는 「범법」행위에 대해 국가 고유권한인 조세권을 발동한것일 뿐이라고 못박고 있다. 부의 세습과정에 대한 세금중과는 법논리나 사회통념상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추징조치는 현대뿐 아니라 한진 대림 부산파이프 등 10여개 해당그룹에 공평하게 적용하고 있어 현대만 유별나게 거부·저항의 자세를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또 공정거래법상 정당한 주식이동을 들먹이는 것도 납득하기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상호출자 및 출자총액을 제한한 것은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계열사간 상호출자를 이용한 「가공」 자본증식을 막기 위해 어디까지나 기업끼리의 지분변동을 규제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현대측은 정 회장과 그 가족사이의 개인적인 상속·증여행위를 마치 공정거래법상 지분변동이어서 적법한 것인양 내세우고 있어 초점을 잘못 잡고 있다는게 당국의 분석이다.

공정거래위 관계자는 『현대가 전혀 무관한 세금추징 문제에 공정거래법을 걸고 넘어지는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고 펄쩍 뛰고 있다.

그런데 현대측의 주장가운데 「기존법규나 관행」을 넘어 왜 유독 우리만 세금을 물리느냐는 항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 부분이 향후 당국의 사태처리 방향과 관련,의미심장한 복선을 깔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의 주장처럼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지 「힘있으면 세금없다」는 원리가 불문율처럼 작용해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일반 서민이 집 한칸을 사고팔거나 상속해도 어김없이 양도·증여·상속세를 부과한 것이 국세청이었다. 그렇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수조원 수천억원씩 상속하는 재벌이 제대로 세금을 낸 적이 있었느냐』는 불신감 속에 살고 있다.

실제로 이번 현대사건에서도 당국은 회사돈을 멋대로 빼내 실권주를 사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긴데 대해 고율의 증여세부과는 포기한채 고작 소득세를 추징한데 그쳤다. 뒤집어말해 세금전문가나 변호사를 동원할 능력을 가진 재벌 입장에선 현행 세법은 얼마든지 빠질 수 있는 구멍투성이에 불과하다는 얘기인 것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이번 사건이 그동안 당국이 세정이나 제도 법령 등 조세권 행사 전반에 걸쳐 원칙없는 행정을 벌인 결과 자업자득으로 불러들인 사태라며 차제에 항구적 제도장치를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할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함께 일각에선 현대측이 『왜 하필 우리만 당하냐』고 반발하고 나선 이면엔 자금줄을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소위 「정경유착」 현상이 깔려있음을 지적한다. 현행 정치풍토에서 돈줄을 장악한 거대기업을 그렇게 심하게 몰아칠 수 있겠느냐는 재계특유의 「배짱」도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번 사건이 정권의 도덕성 여부를 가름하는 시금석으로까지 확대해석될 소지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 때문이라 할수 있다.

어쨌든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탈세추징이란 이번 사건의 성격이 정치권력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확대된 것은 온갖 특혜를 몰아 재벌을 키워온 당국의 불균형 성장전략이 자초한 불상사』라고 풀이하고 있다.

공룡처럼 비대해진 재벌이 자기 힘만 믿고 국가권력에 맞서는 현상은 자본주의와 민주사회의 장래를 위해 결코 용납못할 「변고」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통화긴축 영향으로 수천개 중소기업이 도산하는 자금난 속에서 재벌그룹은 하루 수천억원대의 타입대를 몇개월간 계속 쓰면서 뒤로는 학교·신문에까지 문어발을 뻗치는 현실』이라며 『비단 이번 사건이 아니라도 이미 재벌은 우리 경제의 정상적 발전과 경쟁력 향상에 구조적 장애물로 등장했다』며 국가존립 차원의 결단을 촉구했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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