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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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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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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유곡이 아닌 서울근교의 산에 가도 가끔 푸닥거리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무녀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춤을 추는동안 아낙네들은 연신 바위에다 대고 큰절을 거푸 계속한다. 어떤 답답한 일이 있어서 저래야 하는지 딱하고,왜 지금도 그래야 하는지가 딱하기만 하다. ◆푸닥거리만이 아니고 점술의 마력 또한 사라지지 않는다. 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이 기를 쓰고 자기 앞날을 내다보고 싶기 때문이다. 점술인은 바로 이 점을 노린다. 신만이 알 장래의 일을 예언처럼 줄줄 들려주니 얼마나 속이 후련하고 신기하겠는가.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이 있는 한,점술인은 먹고 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사철이나 입시철이면 족집게로 소문난 점술소는 대목을 맞게 된다. ◆「점술사는 말한다. 아들이 아니면 딸이라고」. 외국엔 이렇게 빈정거리는 속담이 있다. 뻔한 대답을 무엇 때문에 들으려는가 질책하는 말이다. 입시계절이 닥치면 수험생보다 부모가 더 붕붕 뜬다. 어느학교 어느 학과를 택할까,궁리 끝에 점을 쳐 본다. 교육을 반교육적으로 풀어가려는 어리석음이다. 백발백중 맞힌다는 족집게도 우연의 일치이지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래도 귀가 저절로 그쪽에 쏠리는 심정이 서글프기만 하다. ◆대학입시가 가까워오니 더 지독한 족집게가 등장한다. 무인가로 학원을 차려놓은 「족집게 과외」라는게 그것이다. 이러한 과외 점장이들은 예상되는 출제문제를 짚어내고 대답을 달달 따로 외우게 한다. 그리고 교습비로 한과목에 몇10만원씩을 받아낸다. 땅 짚고 헤엄치기 돈벌이다. 공무원까지 짜고 들어 몇억을 챙긴 얌체가 끝내 들통이 났다. ◆손바닥은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수험생과 부모의 약점을 찔러대는 족집게의 염치도 어이없지만 그 함정에 걸려드는 당사자가 한심하다. 교육과 입시가 점장이의 노름판이 될수는 없다. 문제를 찍어서 해답을 알아 합격한다고 해서 그 학생이 제대로 면학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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