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부터 81년까지 재임했던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은 「매력있는 미소」가 돋보이긴 했으나 미국인에게 오래 기억될만한 인물로 꼽히진 못하고 그저 「그렇고 그런」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 사람이었으면서도 요즘의 정책 입안자들이 아직도 가끔 들춰볼만한 기초자료집을 남겨놓긴 했다. ◆그의 지시로 미국무부와 환경자문위원회 등이 주축이되어 각 분야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2000년대까지 바라보는 세계의 환경,자원,인구 등의 상황을 추정하고 보고서「지구 2000년」(The Global 2000Report to the President of the U.S.Entering the 21st Century)이 작성되었다. 도합 1천5백 페이지가 넘는 이 보고서는 80년에 출판되어 지금도 자원전망 등에 활용된다. ◆2천년에 가서 세계인구의 63억5천1백만명에 달하고 그중 남한인구는 5천7백만명,서울 인구는 1천8백70만명에 달할것으로 추정하는 내용까지 포함돼있어 그 보고서는 마치 미국이 지구 관리자이기나 한듯이 세계 전반에 걸친 자원실태,에너지 소비추세,인구증가 전망 등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카터는 「이 연구작업이 우리의 장기계획 입안에 유용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미래예측은 실상 전능하지못한 인간이 불확정 상황을 미리 가상해보는 일이기때문에 막상 예측했던 시점에 도달했을 때의 실제상황이 예측했던바와 같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상당히 근접될만한 근거와 내용을 갖췄다면 장기적인 정책 구상에 쓸모있게 참고가 될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기초자료는 없는것보다 있는것이 낫다. ◆우리처지로 보아선 미국같은 수준이나 규모의 장기추정 자료를 만들기엔 여러가지 여건이 갖춰져 있지 못하다. 그러나 이사람 저사람이 대권을 지향한다고 해도 어떤 앞날을 전망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윤곽을 지녔는지는 아직 엿보이지 않는다. 선거때가 되면 온갖 공약,구상들이 쏟아져 나오겠지만 뛰기전에 얼마나 공들여 성숙시킨것일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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