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부시,베이커 부러워할것” 폭소/전 “한국서 가입 도와줘 감사”아태지역의 거물급 각료 전원이 한자리에 모여 12월 개막된 APEC 서울총회는 노태우대통령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본궤도에 진입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전기침 중국외교부장을 기조연설에 앞서 별도로 면담,이번 서울총회가 한중관계 개선 등 한반도 문제해결에 있어 주요계기임을 새삼 실감케 했다.
노 대통령은 베이커 미국무장관과 와타나베(도변미지웅) 일본외무장관도 별도로 면담할 예정이다.
이번 서울회의는 아태지역내 경제 정치 안보를 포괄하는 보기드문 국제외교 무대로서 우리외교의 시험대가 되는 것은 물론 우리의 경제안보의 장래에도 중요한 전기가 될것으로 보인다.
▷전기침 면담◁
노 대통령은 이날 하오 청와대에서 전 부장 등 중국대표단 5명을 2층 접견실에서 별도로 면담하고 한중관계 발전방향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
노 대통령은 전 부장에게 『한국방문을 환영합니다』고 인사한 뒤 자리를 함께한 이람청 대외경제무역부장 등 중국측 대표들과도 악수.
노 대통령은 『지난 86년 서울에서 열린 아세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 등을 통해 중국의 스포츠는 우리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면서 『이것이 계기가 돼 양국 사이에 경제·인적교류가 자연스럽게 확대돼온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피력.
이에대해 전 부장은 『대통령께서 각국 대표들에게 APEC의 진로에 대해 말씀하신 것을 감명깊게 들었다』고 말하고 『특히 중국의 APEC 가입을 도와준데 대해 감사드리며 중국인민을 대표해 사의를 전한다』고 인사.
이날 별도 면담에서 전 부장 등 중국대표단은 시종 밝은 표정을 지으며 노 대통령이 얘기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열심히 메모하기도.
별도 면담에는 우리측에서 이상옥 외무장관 정해창 청와대 비서실장 김종인 경제수석 김종휘 외교안보보좌관 김재섭비서관 등이 배석한 가운데 40여분간 진행.
노 대통령과 전 부장의 면담은 APEC대표단의 청와대 예방직전 결정됐다는 후문.
중국측은 주북경 한국무역대표부로부터 『노 대통령과의 면담을 희망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언질을 받고 아무런 답변이 없다 이날 서울에 도착후 진화손 외교부 국제기구국장을 통해 면담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해 와 전격적으로 각국 대표들의 청와대 예방직후로 합의됐다는 것.
전 부장의 노 대통령 단독면담이 이뤄짐에 따라 내년 4월 북경에서 열리는 ESCAP(유엔 아태 경제사회이사회) 총회에 참석하게 될 이상옥 외무장관도 중국의 양상곤 국가주석을 단독면담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우리측은 예상.
▷기조연설◁
노 대통령은 이날 하오 서울총회에 참석중인 15개국 대표 22명을 접견한데 이어 만찬을 함께하고 주최국 국가원수로서 기조연설.
하오6시부터 청와대 영빈관에서 시작된 만찬에는 15개 국가대표단 1백3명과 주한외교단 23명,국내 주요인사 68명 등 1백86명이 참석했는데 노 대통령의 기조연설 내용은 텔레비전으로 전국에 생중계.
노 대통령은 만찬장 헤드테이블에 1차에서 앞으로 있을 5차까지의 개최국 외무장관들과 함께 앉아 APEC의 장래,한반도문제,각국의 정세,태평양 정상회담 등에 관해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의견을 교환.
노 대통령은 5차회의 개최예정국인 베이커 미국무장관에게 『중동평화회담 등 분망한 일정에도 이번 회의에 참석해준 것은 APEC에 대한 미국의 깊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아태 공동체 건설에는 미국의 역할이 긴요하므로 지속적 관심을 가져야 할것』이라고 강조. 노 대통령은 이어 『부시 대통령이 이번 의회일정 때문에 아시아 순방을 연기했는데 부시 대통령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베이커 장관을 보면 꽤나 부러워할 것』이라고 말해 좌중은 웃음.
노 대통령은 이어 『옛날같으면 서울에서 큰 국제행사가 개최되면 이에 편승한 반정부데모에 꽤 신경을 썼는데 이번 APEC회의때는 그런 우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만 보아도 이제 민주화는 상당한 수준으로 정착됐다고 할수 있다』고 자신.
노 대통령은 『세계 각 지역을 보면 지역별로 정상들의 모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EC,OAS(미주 정상회담),OAU(아프리카 정상회담) 등을 예로 들며 『이제 APEC 등을 모체로 하여 태평양 정상회담이 개최될 날도 머지않다』고 밝혀 태평양 정상회담의 개최를 우회적 방법으로 제안.
▷대표단접견◁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하오4시께 본관에서 각료들을 접견하고 『본인은 APEC이 태동하는 단계에서부터 깊은 관심과 애착을 가져왔으며,두차례 각료회의를 거치면서 역내협력의 구심체로 정착되고 있는데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며 APEC의 주도 역할을 해온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
노 대통령은 전기침 중국외교부장 등 중국 대만 홍콩 대표들에게 『이번 회의를 통해 APEC의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게 된것을 축하한다』며 각별한 환영의 뜻을 표시한 뒤 『앞으로 APEC의 발전과 나아가 아태지역의 공동번영을 위해 많은 기여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당부.
▷한일 외무장관회담◁
이상옥 외무장관과 와타나베(도변) 일외상은 이날 밤9시부터 신라호텔 23층 플럼룸에서 북한의 핵재처리시설 폐기,일북 수교교섭,대일 무역수지적자 문제 등을 의제로 1시간 남짓 회담.
이 장관은 회담에 앞서 『취임후 분망한데도 APEC 참석을 위해 방한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일본내 지도적인 정치가가 외상이 된 것이 한일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인사.
와타나베 외상은 이에대해 『한국은 취임후 첫 방문국일뿐 아니라 APEC에 참석한 외국 외무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장관을 만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특히 한국이 중국·대만·홍콩의 APEC 동시가입을 성사시킨 것은 아시아 공영에 크게 기여한 것』이라고 답례.<한기봉·윤석민기자>한기봉·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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