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다변질서의 장」 활용을”/UR등서 지역관심사 대변 역할/북한개방·대일 공동전선 이용도/회원국 이질성·리더십 부재등 난제/UR성패에 「정·경협력체발전」 달려12일 서울에서 개막되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위(APEC) 제3차 각료회의를 앞두고 본사는 9일 세종연구소(소장 정일영)와 협찬으로 「탈냉전시대의 지역화 경향과 아·태공동체에 관한 전망」이란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본사 이재승 논설위원과 한승주교수(고려대),김세원교수(연세대) 및 이정민박사(세종연구소) 등이 참여한 좌담회 내용을 요약한다.<편집자주>편집자주>
□좌담참석자
▲한승주 <고려대·정치학>고려대·정치학>
▲안병준 <연세대·정치학>연세대·정치학>
▲김세원 <서울대·경제학>서울대·경제학>
▲이정민 <세종연구소 연구원>세종연구소>
□사회:이재승 본사논설위원
□때:9일 하오4시
□장소: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
▲이재승 논설위원=냉전이 종식된 이후 세계가 경제블록화의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지역에서는 EC(유럽공동체)가 EFTA(유럽자유무역연합)와 결합,92년부터 EEA(유럽경제지역)가 발족할 예정이고 북미지역 쪽에서는 미국과 캐나다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뒤를 이어 멕시코가 이에 가입,북미지역 전체가 자유무역지대화하고 있습니다. 아·태지역에 있어서도 12일부터 서울에서 제3차 각료회의가 열립니다만 APEC라는 느슨한 형태의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시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같은 세계의 지역화 추세와 전개가 어떻게 나가리라고 보십니까.
▲한승주교수=『세계가 지역화되고 있다』고 말합니다만 지역화가 제일 빨리 또 가장 발전된 곳은 물론 유럽입니다. 미국과 캐나다·멕시코간에 공동시장을 구성하기로 한 것은 유럽의 지역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나 양자의 성격은 다릅니다. 유럽에서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통합을 지향한 것이고 그 통합의 정도는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겠지만 북미지역에서 멕시코는 미국·캐나다와 앞으로도 이질적인 사회로 존속할 것입니다. 유럽지역에서는 경제력과 정치력,심지어 군사력이 동등한 국가들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반해 북미에서는 미국이 압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아시아 지역은 양지역의 중간쯤에 해당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김세원교수=지역주의가 최근에와서 부각되는 배경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전후에 브레튼 우즈체제가 성립되고 가트가 탄생하는데 이를 주도한 미국은 무차별주의·국제주의를 지향했습니다. 당시에는 미국이 압도적인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제무역을 자유화하는 것이 자국에 이익이 된다고 보았던 것이지요.
이와는 달리 EC는 성립초기부터 지역주의를 추구했습니다. 이 때문에 2차대전 종전이후 60년대까지 지역주의와 국제주의는 갈등과 긴장상태를 유지했습니다. 다만 미국의 압도적인 위치때문에 국제주의가 두드러진 것처럼 보였을 뿐이죠. EC가 지역주의를 추구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경제적 여건이 다른 나라들간에 어떻게 무차별적으로 협상을 하고 국제화를 추구할 수 있겠느냐였죠. 따라서 국제주의는 강자가 내세우는 논리일뿐 현실성이 없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유럽의 입장은 지역주의를 잘 추구해서 점차로 이를 확대시켜나가면 그것이 실질적으로 국제주의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지역주의에 대한 관심을 새삼 불러일으킨 또 한가지 이유는 미국 자신이 국제주의를 포기하고 지역주의로 돌아서는 경향을 보이는데 있습니다. 미국은 캐나다와 자유무역지역협정을 체결한데 뒤를이어 멕시코를 끌어들여 NAFTA(북미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제주의를 추구하던 미국이 지역주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증거로 볼 수 있겠습니다.
▲안병준교수=지역주의가 새롭게 대두되는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첫째로 미국 패권의 약화내지 몰락입니다. 미국이 안보와 국제 이동성을 제공하고 또 시장을 제공하던 그런 시절은 지났다는 말입니다. 전후에 성립된 가트 등 다변적 무역체제는 미국이 강요하고 지탱해왔는데 이를 더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 결과 각국은 대체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중상주의 정책을 취하게 됐고 이것이 지역주의가 대두하게된 두번째 이유입니다. 즉 중상주의와 다변주의간의 하나의 타협책으로서 지역주의가 나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처럼 지역주의라는 타협책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심화됐기 때문이며 이것이 세번째 이유로 지적될 수 있겠습니다.
▲이정민박사=저는 안보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유럽지역에서는 소련의 위협은 소멸됐고,바르샤바조약기구는 해체됐으며 나토는 정치화되고 WEU(서울유럽동맹)가 강화될 전망인 가운데 군축이 상당히 제도화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유럽에서의 주된 관심사는 앞으로 5∼10년 사이에 안보구조(Security Architecture)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와 이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운영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냉전의 종식으로 지역안보개념이 태동할 수 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유럽과 비교는 할 수 없겠지만 한반도 문제라든가 캄보디아문제,미·소해군 군축의 가능성이라든가,일·소간의 북방 영토문제 등이 앞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미·소역할의 상대적 희석에 따라 미·일관계,한·미안보동맹체제도 중장기적으로 변할 것 같습니다.
▲이 위원=APEC는 아직까지는 무정형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굳이 공동체라는 개념을 대입해 본다면 아직 방향도 목표도 서로 합의하지 않은 태동단계에 있는 공동체입니다. APEC는 EC와도,또 북미지역의 NAFTA와도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APEC의 이러한 성격과 특성을 고려해 볼 때 APEC의 향후 전망과 발전방향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김 교수=APEC는 아직까지는 기구도 아니고 협력체도 아닌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상설 사무국조차 없어 주최국이 적절하게 운영해 나가는 형편이죠. EC와 NAFTA가 추구하는 것과 같은 경제통합과는 전혀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APEC는 아태지역내의 유일한 정부간 모임입니다. 물론 아세안과 호주·뉴질랜드 자유무역지역이 있긴 합니다만 아시아 태평양지역을 걸쳐 형성된 정부모임에서는 APEC가 유일합니다.
▲안 교수=APEC는 무엇보다도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경제협력을 위해 창설된 것입니다.
그러나 APEC가 경제문제만을 토의할 수 있겠느냐하는 것에는 이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APEC회의에는 통상장관과 함께 외무장관이 참석하는데 외무장관이 단순히 경제문제만 협의하겠느냐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멤버십의 문제입니다. 애초에 12개국으로 출발한 APEC는 이번 3차 서울회의를 앞두고 이른바 「3중국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소련을 여기에 가입시켜야 하는지,멕시코·칠레를 가입시켜야 하는지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 박사=APEC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낙관합니다. APEC에는 세 계층의 국가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 NICS(신흥공업국),그리고 개발도상국입니다. 이들 세 그룹의 국가간 문제를 제도적으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다각적인 차원에서의 협력은 어려울 것입니다.
▲한 교수=APEC의 기능을 놓고 볼 때 협의의 차원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며 따라서 경제면에서는 아주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리라 예상됩니다.
그러나 APEC는 다른 지역이나 세계에 대해서 아시아 태평양을 대변하는 역할은 할 수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유럽과 미주의 배타적인 지역화를 견제하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기능은 이것이 다변적 외교의장이 되고 있다라는 사실입니다.
▲안 교수=APEC가 블록화하느냐의 여부는 저는 우루과이라운드의 성패와 연관된다고 봅니다. 우루과이라운드가 실패한다면 APEC도 블록화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가 완전히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APEC는 결국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같은 형태로 역내의 국가가 정보를 교환하고 협의하며 기타지역에 대해서 견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위원=이제 우리의 문제로 돌아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블록화 추세를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APEC를 어떻게 활용할까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이 박사=우선 중국과의 관계에 주목을 해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국이 경제시장으로서 성장할 잠재력은 큽니다. 역내 후발국의 추격을 따라 잡기위해 기술투자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중국시장에 대한 관심을 보다 더 기울여야 합니다.
▲한 교수=APEC외에도 여러가지 경제권이 거론돼 왔습니다. 그러나 기구화된 것은 APEC입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외교적으로는 APEC를 활용하되 경제적으로는 다른 경제권을 상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안 교수=미국을 이 지역의 경제권에 붙들어 둔다는 의미에서 APEC는 우리에게 유용합니다.
다변적인 기구속에 미국을 포함시킴으로써 일본을 견제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일본에 대한 공동전선으로서 APEC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로는 APEC를 통해 중국이나 몽골 등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들과 협력을 하는데 활용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북한을 개방화시키는데 APEC를 이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 교수=우리나라의 발전은 앞으로 아태지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나라나 주변의 국가와 협력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동안 우리는 이데올로기적인 대립문제 때문에 그러지 못했습니다.
APEC는 한국이 유일하게 가입한 지역기구이고 또 지역화 추세는 2천년대까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APEC를 잘 활용하여야 합니다. 5년 내지 10년을 전망해본다면 축소판 OECD로 발전시켜나가야 합니다. 범세계적으로 실현되지 못하는 다변적 질서를 제한적으로나마 실현하는 장으로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정리=유동희기자>정리=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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