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3일간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 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는 역내 무역자유화 문제가 될것으로 보이지만 UR(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성공적 타결을 위한 지원방안도 광범위하게 논의될 예정이다. 이미 APEC 회원국들은 상호간의 자유로운 교역이 국가발전을 위해 유익하다는 원칙아래 역내 무역자유화의 구체적 방법을 마련키로 합의하고 있거니와 이 안건의 중요성 못지않게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UR협상에 대한 지원책의 방향과 내용이라고 하겠다. 특히 UR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농수산물협상은 현안의 쌀개방 문제를 심도있게 다룰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지난 10일에 내한한 칼라 힐스 미무역대표부 대표는 김포공항의 제1성에서 『한국은 쌀을 포함한 모든 부문의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UR의 성공적 타결에 대한 APEC회의의 지원이 쌀시장 개방문제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한바 있다. 칼라 힐스대표는 쌀시장 개방문제와 관련된 한국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나라가 한가지씩만 개방을 하지않겠다고 하더라도 1백여개의 미개방 품목이 존재하게 되는데 그렇게 될경우 UR협상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고 우회적 표현이기는 하나 한국의 쌀개방 불가방침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편 칼라 힐스대표와 11일 개별회담을 가진 이봉서 상공장관은 쌀시장 개방이 우리나라에서 민감한 정치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조속한 시장개방이 불가능한 우리의 농촌사정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나라와 함께 쌀시장 개방불가 입장을 고수해 오던 일본이 점차 후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어서 이 문제를 둘러싼 우리의 노력은 자칫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나 APEC 회원국간에서도 경제여건과 이해관계의 상치로 말미암아 농산물 개방에 대한 의견들이 서로 엇갈려있기 때문에 설사 APEC 참가국들이 UR협상지원 조치를 채택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제시하지 못하리라고 전망되고 있다. APEC회원국중 원칙적으로 UR협상 타결에 반대하는 나라는 한나라도 없으므로 APEC회의는 UR타결을 촉구하고 그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포괄적 선언을 채택할 성산이 큰데,그렇게될 경우 선언은 경제적 방안제시라기 보다 오히려 정치적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여져야 할것 같다.
이런 점에서 문제는 APEC회의의 진행자체에서 보다 미 통상사절과 우리나라 사이의 막후회담,그리고 회원국 각료들을 상대로한 우리의 개별적 접촉활동에 있지않나 생각된다. 우리로서는 미국과 정면대결 상황에 이르는 한이 있더라도 쌀개방 문제에 대해서만은 우리의 주장을 최대한으로 관철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딴 회원국들에게 농산물 개방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설명,이해를 구하는 선에서 이들의 측면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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