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군 9개면의 농민 1백여명은 9일 올해 농촌활동을 한 건국대생들의 초청으로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한창 바쁠때 일손을 덜어준 학생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기대하며 상경한 농민들은 그러나 학교에 들어갈때부터 곤욕을 치렀다. 인근 세종대에서 이날 하오 치러지는 「노동자대회 전야제」로 경찰이 주변을 봉쇄하는 바람에 30여분간 신분확인 등을 당하며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간신히 학교에 들어간 농민들은 낯익은 학생들을 만나 『공부는 잘하고 있는가』 『농사는 어땠어요』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으나 곧 표정이 어두워졌다.
학생들이 『도시인들에게 농촌의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교내에 농산물 직거래장을 열겠다』고 요청해 지난 5일 올려보낸 최상품 햅쌀이 거의 팔리지 않은채 학생회관 옆에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한 노인은 일일이 가마수를 세어보고는 『1백30가마를 보냈는데 30가마도 안팔린 걸보니 촌사람 사정에 서울사람들이 어지간히 무심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생들이 어렵게 자리를 마련했는데 기운을 냅시다』라며 서로 격려하고 짐직 밝은 표정으로 돌아선 농민들은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대접받고 대동놀이 마당에서는 흥겨운 가락에 젖어 덩실덩실 춤까지 추었다.
그러나 곧이어 학생들이 준비한 「모의재판」에서 끝내 분노를 터뜨렸다.
쌀수입반대 시위를 주도한 「개방도 심하군 싸우면 이기리」의 「농해방」씨와 「개방하면 망하리」의 「농사랑」 양에 대한 재판에서 정부측 증인으로 나온 「나잘난」씨와 「수입쌀」씨가 쌀수입의 정당성을 역설하지 농민들은 실제상황인양 흥분,『개방반대』를 한 목소리로 외쳐댔다.
농민들은 대동제후 저녁 술자리에서도 폭포같이 농정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농민들은 저녁 늦게 귀향버스에 오르면서 마치 자신들의 책임인양 죄지은 표정을 하고선 학생들에게 『그래도 우리를 생각해주는 건 학생들밖에 없다』 『내년엔 떡이라도 한시루 쪄오겠다』며 등을 두드렸다.<정희경기자>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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