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ND탈피” 핵주권 밝힌셈/북 “미 핵우산 계속” 트집잡을듯노태우대통령의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선언」은 우리정부가 사실상 처음으로 독자적이고 실질적인 핵정책을 갖게된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75년 핵무기 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이래 원자력을 평화적 목적에만 사용한다는 조약상 원칙을 준수하면서도 주한미군의 핵무기 존재여부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않는 미국의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정책을 일관되게 고수해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선언은 NCND정책을 우리 입장에서 사실상 포기하는 대전환인 동시에 한반도 핵문제와 관련,우리정부의 주도적이고 독자적인 정책을 처음으로 대내외에 공표한 「핵주권선언」이라 할수 있다.
그리고 이 선언의 핵심은 핵무기를 제조·보유·저장·배비·사용하지 않겠다는 비핵 5원칙에 있다.
우리정부가 비핵화를 선언한 배경은 크게 남북관계,국제정세,우리의 안보상황 등 3가지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북한이 핵확산 금지조약에 가입하고도 조약상 의무인 핵안전조치협정 서명과 핵사찰을 회피해 남북관계 진전이 장벽에 부딪쳐 있는 점을 타파하기 위한 것이다. 즉,북한이 주한미군의 핵무기를 구실삼아 조약상 의무를 저버리고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려는 명분과 구실의 연계고리를 우리편에서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것이다.
이와함께 북한측에도 이에 상응한 조치를 촉구하는 대북 제의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에 대해 핵문제를 포함한 모든 군사안보 문제를 직접 협의할 용의가 있음을 수차 밝혀왔으나 북한은 실현가능성이 없는 비핵지대화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주장해왔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와관련,『이번 선언은 우리가 실천적 행동으로서 모범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언에 핵연료 재처리 및 핵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일방적인 양보가 포함돼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에너지 생산과정에서 가장 효율적 수단인 핵재처리의 경제성을 우리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북한도 핵무기 개발을 목적으로한 핵재처리 시설을 포기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국제적 압력이 가중됨에 따라 북한이 결국은 핵안전협정 서명과 핵사찰에 응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의 일방적 비핵화선언은 그 시기를 앞당길 수 있으며 본질적 문제인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재처리시설을 막자는데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두번째로는 미소의 핵무기 폐기선언 등 세계적인 핵무기 감축추세에 부응한다는 측면을 들수 있다. 냉전지대인 한반도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기회를 조성하고 있는 국제정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이번 선언은 「부시 선언의 한반도화」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로 들수 있는 것은 전술핵무기의 전략적 효용성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이다. 이는 걸프전에서 입증되었듯이 정부는 고도의 재래식무기로도 대북 억지력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할수 있다.
정부는 이번 선언을 앞두고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해왔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양국간의 협의는 7월의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8월 하와이에서의 고위실무자 안보협의회,9월의 또한차례 정상회담에서 구체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정부의 비핵화선언에 따라 북한은 어떤 형태로든 응답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북한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대한 핵우산이 계속되는한 비핵화선언은 무의미하다는 기존입장을 바꾸지않고 비핵지대화가 실현돼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펼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비핵화선언과 북한의 비핵지대화 주장서 큰 차이점은 핵무기의 영공·영해통과와 기항 문제이다.
우리정부는 비핵화선언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기 함정의 영공·영해통과 및 기항,핵우산보호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통과와 기항은 국제법상의 「무해통행권」으로 보장되는 것이며 핵우산보호는 핵확산금지조약 체결당시 모든 핵무기 비보유국에 대한 핵무기 보유국의 약속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인정치않고 있어 당분간 가장 첨예한 쟁점으로 남을수밖에 없다.
우리정부의 일방적인 비핵화선언으로 북한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잃게 됐다.
한반도의 주변 구도는 북한측에 더욱 불리하게 전개돼가고 있으며 이는 중국과 소련까지 북한의 핵개발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는데서도 드러난다.
결국 북한은 최대의 외교적 지렛대로 삼아온 「핵카드」가 점차 효용성을 잃게 됨에 따라 현실수용으로 선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우리정부의 비핵화선언은 북한의 입장에 대해 「압력」과 「기회」의 두가지 측면을 함께 주고 있는 것으로 볼수 있다.<한기봉기자>한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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