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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자율화/김주언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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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자율화/김주언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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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부터 유가자율화가 실시된지 두달만에 휘발유값이 7.1%나 올라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물가당국인 경제기획원은 정유사의 유가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했으나 「자율화」라는 명분때문에 인상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정유사들의 경쟁체제를 구축하여 가격 인하와 서비스 개선을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유가자율화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결국 휘발유값만 올리는 결과를 빚게된 셈이다.

휘발유값은 지수상 소비자물가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기름값 인상은 모든 상품의 생산원가부담을 높여 물가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뻔하다. 내년도 국회의원선거·광역자치단체장 선거 등 3대 선거를 앞두고 그렇지 않아도 경제불안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휘발유값마저 대폭 올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가자율화는 오는 93년 석유류 유통시장 개방을 앞두고 외국석유메이저들의 국내시장 침투에 대비,국내정유사들의 경쟁체제를 갖추기 위한다는 명분아래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유가자율화는 도입초기부터 절름발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격자율화만 서둘러 도입했을 뿐 동시에 단행돼야 할 주유소거리 제한철페와 폴사인제(주유소 상표표시제」·휘발유와 등유의 수입자유화·정유사의 신증설허용 등 유통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유가자율화의 「4대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도 개선을 서두르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부처간 이기주의 및 관련업계의 반발 등으로 조만간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유가자율화가 본래의 의지는 퇴색된채 물가 불안요인으로 등장하게 되자 정부 일각에서는 유가자율화조치가 너무 성급했다며 차제에 자율화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의견마저 제기되고 있다. 모든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유가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물가관리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유가가 자율화된 이후 국내유가는 국제원유가의 등락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게 됐다. 지금까지는 석유사업기금으로 국제원유가의 급등락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해왔으나 자율화 이후에는 이같은 완충기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물가는 국제원유가의 등락이라는 외부적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유가자율화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율화의 4대 전제조건을 하루빨리 충족시켜야 하면 국제원유가의 급등락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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