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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동시선거」 둘러싼 여권 난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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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동시선거」 둘러싼 여권 난기류

입력
1991.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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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론」·「연기론」 숨은 갈등 표출/발표직후 해명서­번복 되풀이/일정싸고 당정간 “뒤틀린 호흡”민자당 지도부가 6일 내년 4대 선거를 예정대로 실시하되 기초·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의 동시실시 방안을 제기했다가 뒤늦게 이를 번복하는 등의 혼선을 빚어 이 문제를 둘러싼 여권내 복합기류가 심상찮은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은 지금껏 잇단 선거와 경제사회적 후유증 및 선거관리의 어려움 등을 들어 틈만 나면 광역 및 기초단체장 선거의 전부 또는 일부 연기론을 펴왔다. 더욱이 최근 재계가 적극 가세,『예정대로 내년에 4차례의 선거를 치르면 나라가 거덜날 것』이라는 주장을 펴 정부와 정치권에 직간접적으로 연기 압력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따라서 이날 김영삼대표 등 최고위원들의 「2개 선거 동시실시 검토」 발언은 여권이 내년의 주요 정치일정과 관련한 여론향배 파악 등의 「원려」에서 방향전환을 모색하는 것으로 이해돼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김윤환총장이 즉각 4대 선거의 3단계 실시론을 당 차원에서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하고 나섰고 박희태대변인도 자신의 1차 발표가 착각이었다고 번복해 4대선거 일정에 관한 당내부 또는 당정간의 호흡이 크게 뒤틀리고 있음을 반증한 느낌이다.

그러나 어쨌거나 여당지도부가 3단계 선거실시론을 공식제기한 만큼 당내외에 적지않은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이며 당내 대권후보 문제와 함께 선거일정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부각되는 계기를 맞게된 셈이다.

특히 그동안 여권 핵심부나 재계 등의 눈치를 보느라 언급을 자제해왔지만 민주계 등을 중심으로 비용을 최소화하며 4대 선거를 예정대로 치러야한다는 주장도 적지않던 터여서 이 문제가 의외의 복병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여권에서 최근 수차례의 여론조사 결과 일부 선거연기를 바라는 의견도 적지않았지만 지배적 흐름은 여야 합의이자 대국민 약속인 4대선거를 모두 치르자는 쪽이어서 여권이 큰 부담을 느껴왔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선거관련 부처 및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3월 총선∼6월 2개 자치단체장 동시선거∼12월 대통령선거」의 일정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세력도 만만치않은게 사실.

결국 이날 노출된 민자당내 난기류도 여권내의 이같은 양흐름을 대변한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이날 문제의 발단은 상오9시30분께 박 대변인이 고위당직자회의의 결론이라며 기초·광역단체장 통합선거 검토를 발표하면서부터.

이에 보도진은 김윤환총장에게 사실을 확인했는데 의외로 김 총장은 『김 대표가 어느 종교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전한 것일뿐』이라며 『당 차원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김 총장은 『박 대변인이 당내사정을 잘 몰라서 그렇게 발표했을 것』이라며 박 대변인에게 다소 불쾌감을 표시할 정도.

민자당은 이어 이날 낮 김 총장의 이같은 부인내용을 해명서로 작성해 언론사 등에 배포했다. 박 대변인은 이때 마침 외출중이어서 김 총장과 전화통화를 한뒤 역시 전화로 사무처 직원들에 해명서 배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번복은 신경식 대표비서실장이 하오2시께 기자실에 찾아와 김 대표의 발언내용을 밝힘으로써 다시 번복됐다.

신 실장은 『김 대표 얘기는 내년 4대 선거를 반드시 모두 실시하겠다는데 비중이 있었던 것』이라며 『다만 경제상황을 고려,자치단체장 선거를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 신 실장은 『김 대표가 의견을 제시했고 김종필 최고위원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므로 이 문제는 앞으로 기술적 측면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동시선거 검토를 사실상 시인.

이에 앞서 나웅배 정책위의장도 『김 대표가 선거횟수 축소문제를 거론하자 김 최고위원이 어쨌든 4대선거는 치러야 한다고 했고 박태준 최고위원이나 총장 총무 그 누구도 반대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그런 방향으로 당론이 정해지는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하오4시30분께 당사로 돌아온 박 대변인은 자신의 상오 발표를 정식으로 번복. 박 대변인은 『아침에 교통체증으로 회의에 늦게 참석,김 대표의 얘기를 직접듣지 못한채 다른 참석자로부터 전해듣는 과정에서 착각을 한 것 같다』고 경위를 설명한 뒤 『그 얘기는 김 대표가 시중의 의견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어 『4대선거는 그대로 실시하고 그 방법을 통합으로 할 것인지 다른 방법으로 할 것인지 현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해프닝으로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가관측통들은 민자당의 3단계 선거일정 방안이 제시된 배경을 크게 2∼3 갈래로 점치고 있다. 우선은 『선거를 안치르려면 몰라도 이왕 실시할 바엔 일부선거를 1년 연기한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당내의 여론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선거가 많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금권 타락 등 선거풍토가 문제라면 제도적인 공명선거실시 방법을 모색해야지 선거를 축소,연기하려는 발상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민자당이 4대선거를 3단계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은 그동안 불투명했던 정치일정의 가닥을 잡아나가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내년의 주요 정치일정 수행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선제포석으로 풀이된다.<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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