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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내치불만여론에 발묶여/아주 방문 무기한 연기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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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내치불만여론에 발묶여/아주 방문 무기한 연기 속사정

입력
1991.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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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하락… 재선 위협/실업등 해결 더시급 판단/나토회담 참석이 올 마지막 「외교나들이」【워싱턴=정일화특파원】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및 오스트레일리아 방문취소는 5일 하오 부시 대통령의 유럽순방에 즈음한 베이커 국무장관의 「특별기자회견」이 있은 직후 나왔다.

베이커 장관은 7일 로마에서 개막하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부시 대통령의 일정과 회담의의를 설명하고 로마회담후 헤이그의 유럽공동체(EC) 정상회담에도 부시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동유럽의 자유화이후 재편되는 유럽정세안정에 매우 중요한 일이 될것이라고 베이커 장관은 강조했다.

베이커의 백악관 브리핑이 있은 수시간만인 이날 하오8시경(워싱턴 시간) 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은 느닷없이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하고 『의회일정의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순방을 연기하게 된데 대해 부시 대통령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27일로 예정됐던 아시아방문을 떠나게 되면 11월 한달동안에만 세번의 해외장정을 하는 셈이 되는 것이었다. 이미 지난 1일 마드리드 중동평화회의에서 돌아왔기 때문에 6일의 로마­헤이그방문에 이어 세번째인 것이다.

피츠워터 대변인은 추후 일정은 외교통로를 통해 협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12월7일에 있을 하와이의 진주만피습 기념식 참석도 이미 취소한 터여서 금년안으로 아시아방문이 이뤄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92년에는 온통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는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순방이 성사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을 전후해 역대 어느 대통령 못지 않은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70%가 부시의 국내정치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ABC방송 공동조사에 의하면 부시 대통령의 재선 지지율은 49%,민주당 불특정후보 지지율은 31%였으며 미결정자가 22%나 됐다.

걸프전 전후로 한때 80% 이상의 지지율을 얻었던데 비해보면 엄청난 하락현상이다. 워싱턴포스트 5일자에는 국민의 정부신뢰도라는 조사보고서를 싣고 부시행정부는 걸프전 당시 48%의 국민신뢰도를 기록했으나 10월 현재의 신뢰도는 36%에 불과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에는 지금 경기침체가 회복되지 않았거나 다시 경기침제기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10월 현재의 미국 실업률은 9월의 6.7%에서 1% 오른 7.8%를 기록해 경제전문가들을 대단한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88년 당시 3천만개의 직업을 창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금까지 26만개의 일자리만 만들어 냈을 뿐인데 이에 비해 직업손실은 무려 80만개나 돼 도무지 수지계산이 안맞을 지경이다. 은행 부정·범죄·교육침체 등에 대한 국민의 불만도 대단하다. 이런 다급한 국내문제에 비쳐볼때 아시아순방은 결코 화급한 과제라고는 볼수 없다.

동유럽이 공산주의 시대를 벗어나 새유럽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는 반면 아시아는 여전히 중국·북한·베트남 등의 고립적 사회주의 국가가 건재하고 있어 적어도 미국 유권자들에게는 부시의 아시아방문이 유럽의 경우만큼 신선한 이미지는 주지 못한다.

결국 부시는 오는 28일의 추수감사절 이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의회일정을 지켜보면서 11월 해외여행을 두번으로 마감하기로 결정했다고 볼수 있다. 4개 방문예정국중 한국은 베이커 국무,체니 국방 등 미 고위관리들이 11월중 계속 방문하기로 돼있어 양국간 현안은 고위레벨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커 별 걱정은 없다. 다만 25년만에 처음 미국 대통령을 맞을 예정이던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한 싱가포르·일본 등은 매우 섭섭하고 당혹스러울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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