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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냉전시대/김충남 외교안보연구원 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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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냉전시대/김충남 외교안보연구원 교수(특별기고)

입력
1991.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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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각에서는 21세기의 경제전쟁을 우려하고 있으나,그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중이라고 볼 수 있다. 공산체제 붕괴,EC통합,북미 경제블록화,미소 군비감축 등 일련의 역사적 변화는 경제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변화는 이데올로기와 군사력 위주의 질서로부터 경제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그동안 대소 봉쇄차원서 동북아지역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온 미국은 전략적 가치의 변화와 경제적 부담을 고려,역할축소를 모색하고 있으며,이로 인한 힘의 공백(Power Vacuum)을 일본이 채우려 하고 있다.

전세계적 군비축소 추세에 역행,일본은 방위력 증강과 유엔평화유지군 참여를 추진하고 있으며,나아가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미소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고려할 때,일본이 인접국가에 대해 군사적 위협이 될 가능성은 작다. 오히려 경제력 중심의 국제질서하에서 경제적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으며 경제적 위협은 더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될지 모른다.

이러한 세계사적 대변혁의 시기를 맞아,우리는 냉전적 사고와 체제를 신속히 탈피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방의 군사외교적 보호,정부의 국내기업 보호만을 기대하는 것은 냉전적 사고일 뿐이다. 폐쇄된 체제가 개방에 얼마나 취약한가는 동구의 몰락에서 생생히 목격했다. 냉전체제하의 대결은 경계선과 우방이 분명하지만,경제전쟁은 경계선도 우방도 불분명하다.

얼마전 외지가 조사한 국제경쟁력 비교에서 한국은 관료조직,노동생산성,이자율 등의 항목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경제발전의 원동력이 우수한 노동력과 정부의 역할 등으로 평가되어 왔는데,그것이 오늘날 국제경쟁의 장애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결론이고 이는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중대한 전환기를 맞아 총체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한미관계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줄어든만큼 한미관계가 위축될 소지가 없지 않다. 이에 대비해 한미관계를 국제협력·경제·기술·교육문화 등 안보 이외 분야에서 안보협력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일본에 대한 입장을 재정립해야 한다.

일본인도 한국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하겠지만,우리도 이제 성숙된 자세에서 감정적 반일,일본을 경계만하는 계일을 탈피하고 일본의 장단점을 알고(지일),일본을 연구해야 한다. 앞선 나라를 알지못하고는 앞선 나라를 따라잡을 수 없다.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은 한국을 연구해 왔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와 여건이 현격히 다른 서구모델을 지나치게 수용했던 점을 냉정히 평가하고 한국과 유사성이 많은 일본,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모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 통일과 관련,일본은 역할보다 책임이 중요하다. 정당대표·전문가 등이 독일통일 과정의 2+4방식을 한국에 적용하여 우리의 통일논의에 미·소·중·일의 참여를 거론하고 있으나,독일통일에 관여된 4개국은 2차대전 전승국이며 독일분할점령 당사국으로서 당연하다. 그러나 일본은 한반도분단에 원초적 책임이 있고 또한 2차대전 패전국으로서,2차대전의 유산인 한반도 통일과정에 관여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본다.

셋째,견제와 균형의 대외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안보협력,고급인력양성은 미국에 편중되고 기술도입은 일본에 편중돼 있다. 이 불균형상태는 조정해야 한다.

일본에서의 고급인력양성 비중을 높이고 전문가 교류를 확대하는 한편,기술도입은 다소 불리한 점이 있더라도 구미국가로 다변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일적자를 축소하고 경제 예속화를 방지해야 한다.

미국의 연간 대일적자규모 5백억달러는 금년도 한국의 대일적자규모 1백억달러에 비하면 큰게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의 GNP는 한국의 28배나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외적 부문에서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 엄청난 선거자금에다 그것도 한해에 몇차례 선거를 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행정도 규제를 대폭 줄이고 간소화·능률화해야 한다. 정부투자도 우선 순위가 낮은 부문을 보류하여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

대학교육이 선진수준에 훨씬 못미치고 교수양성을 외국에 의존하면서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특히 국제경쟁의 전면에 나서 있는 기업의 각성이 절실하다. 일본의 복잡한 유통구조가 외국상품 수입의 장애가 된다하여 미일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데,비슷한 유통구조를 가진 한국에서는 그 반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방대한 유통구조를 가진 대기업이 수입과 판매에 앞장서,외국상품 진출의 고속도로 역할을 하면서 유통구조가 빈약한 국내 중소기업의 상품을 도태시키고 있다.

경제전쟁은 냉정한 경쟁의 세계이다. 경쟁입찰에서 승자 또는 패자가 있을 뿐 은메달,동메달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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