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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정치민주화 한발/잠비아 평화적 정권교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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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정치민주화 한발/잠비아 평화적 정권교체 의미

입력
1991.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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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다 퇴진 「독립세대」 지도자시대 종식/새 대통령 칠루바 “다당제·정치화합” 선언잠비아의 케네스·카운다 대통령(67)이 집권 27년만에 정권을 이양하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지난 64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잠비아 건국의 아버지」 키운다 퇴진은 번혁의 기로에선 아프리카 대륙에 두가지 함축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첫째는 「아프리카의 해」로 불린 지난 60년대 탈식민민족국가 설립과 함께 대두한 아프리카 「독립세대」 지도자 시대의 종식이다. 서구열강의 식민지배에 대항해 싸운 투사출신의 이들 지도자들은 대부분 국가창설후 식민잔재 청산을 위해 강한 아프리카 민족주의 색채를 띠고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한 카리스마 통치를 펴왔다.

따라서 이들의 노선은 서구민주정의의 잣대로 측량해 볼때 자연 사회주의에 경사된 강권독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웠다.

이런 점에서 카운다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로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카운다는 교사생활을 하던 49년 독립항쟁의 구심점이된 「북 로디지아 아프리카 민족회의」(ANC) 창설 멤버로 정치투쟁에 발을 내디뎠다. 64년 독립과 더불어 집권 통일민족독립(UNIP)의 당수로 잠비아 초대 대통령이된 카운다는 이후 6선 연임이라는 장기집권기에 들어섰다.

그는 내부를 단속하는데 「인본주의」라 불린 독특한 통치이념을 폈다. 기독교적 윤리에 아프리카의 전통,그리고 사회주의적 복지책이 혼재된 그의 정책은 불안정한 중아국 가운데서도 비교적 순탄한 국정운영을 가져올 수 있었다.

74년 일당독재제를 수립했지만 거기에는 카운다 나름대로의 항변이 있다. 통가,벰바족 등 73개의 종족이 혼재된 아프리카국 특유의 속성상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만이 나라를 분열로부터 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외치에 있어서도 카운다는 독보적 지위를 구축했다. 그는 「검은 아프리카」를 주창하면서 서방측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나미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피압박 지역내 아프리카 민족진용의 망명정부를 수도 루사카에 수용하는 등 「아프리카의 국교」다운 면보를 보여왔다. 그러면서도 서방측과의 유연한 외교로 짐바브웨,나미비아의 독립에 기여해왔다. 흑인 인권투쟁의 기수인 넬슨·만델라의 남아공 ANC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그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하기 마련』이라는 정치적 속성은 그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고수입의 70%를 차지하는 동광산업과 대규모 플렌테이션 농장에 신종 매판자본이 형성되면서 이와 결탁한 지배층의 부패는 갈수록 민중과의 괴리감을 형성했다. 여기에 서방측의 경제제재와 함께 70년대 중반 불어닥친 국제원자재가 하락은 75만㎢에 7백80만명의 국민을 지닌 잠비아 경제를 회복불능의 상태로 몰고갔다.

마침내 80년대 중반들어 두서너 차례 발생한 주민들의 식량폭동으로 불안해진 잠비아의 정정은 89년이후 동구공산권 몰락의 여파로 다당제 자유민주정을 향한 국민적 요구를 불러왔다.

이런 점에서 카운다의 퇴진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선거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했다는 점이다. 이는 독립원로 세대인 알제리의 벤·벨라,가나의 엔크루마 등이 민중혁명에 의해 쓰러진후 군부 등 강성정권이 들어선 선례에 비해 아프리카 대륙의 성숙해진 민도와 함께 밝은 전도를 엿보게 한다.

카운다에 이어 새 대통령이 된 프리드릭·칠루바(48)의 취임사에서도 이같은 성숙함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노조지도자 출신으로 다당제 민주정을 선포한 칠루바는 과거 악정에 대한 보복은 커녕,외채 78억 달러 등 『경제난관 극복과 정치적 화합을 위해 모두를 수용해 합심해 나가자』고 역설했다.

그리고 선거의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 카운다에게도 깍듯이 예를 갖춰 잠비아의 국부로서 조언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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