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예술은 자칫 퇴폐로 빠져들 위험이 많고 순수예술은 사치에 흐르기 쉬운데 대중예술이든 순수예술이든 가릴것 없이 제 위상을 찾지 못하고 퇴폐와 사치의 극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우리 문화예술의 상황이 아닌가 싶다. ◆정초부터 쉬지 않고 터져 명문대학의 교수직에 있는 정상급 예술인들을 하루아침에 몰락시킨 예능계 대학 입시부정 사건도 따지고 보면 경쟁이라도 하듯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용발표무대 짓고 눈부시도록 호화로운 공연을 펼치고 방학때면 문하생을 이끌고 요란스럽게 해외 나들이에 나서는 과분수의 허용에서 빚어진 것이었다. ◆문화예술의 현장이 흥청망청의 놀이판으로 변하고 씀씀이가 턱없이 커진 것은 서울올림픽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외국의 내로라하는 예술인과 공연단체가 줄줄이 내한공연을 하고 갖가지 민속문화행사가 새롭게 발굴·소개되면서부터 문화예술행사의 규모,빈도,수준이 놀랄만큼 바뀌어졌다. 행사의 기획과 진행을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이벤트용역이 새로운 성장업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문화부가 철도청과 제휴하여 창안한 문화열차는 문화행사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열차여행을 하면서 각지의 전통민속 문화예술의 향취에 젖어 보는 것이 뜻깊다고 하겠으나 시각을 달리하면 경제난국에는 아랑곳 않고 철마타고 한가롭게 주유천하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 시기가 적절치 않고 문화부가 이런 이벤트나 기획하고 있는 것도 마땅치 않다. ◆세계 3대 테너의 하나로 불리는 플라시도·도밍고의 내한독창회 특석권이 자그마치 미화 2백달러에 해당하는 15만원으로 신기록을 세웠는가 하면 음악적으로는 그저 그런 체코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초청공연 특석권은 10만원. 도밍고 독창회는 공영방송이 주최하고 체코필연주회는 민영방송의 창사 30주년 기념행사로 열린다고 한다. 정부와 공·민영방송이 겉으로만 소비절약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이처럼 행락과 과소비를 부추겨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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