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일가의 주식변칙 이동과 관련,정 회장 일가와 관련계열 기업에 법인세 등 모두 1천3백61억원을 추징키로 함으로써 이 사건에 대한 정부측의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현대그룹 관계자들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추징세액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법이 규정한 제반 이의신청을 모두 밝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 일가의 주식 「변칙증여」에 대한 국세청과 현대그룹의 대결은 이제 법으로 최종 심판이 가려질 전망이다.이 사건은 한국의 재벌그룹들이 정 회장일가의 「변칙증여」와 같은 방법으로 부를 상속해온 것이 관행이었으므로 변칙상속에 대한 하나의 판례를 남기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뿐만아니라 조세법률주의와 실질과세 원칙사이에서 어느것이 우선돼야 하는가의 문제에도 중요한 사례가 되는 것이다. 이와관련하여 국세청이 주장하는 「탈세」와 기업측이 내세우는 「절세」간의 마찰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의 선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문제에서 또하나 간과될 수 없는 것은 정부측이 『정치자금을 내놓지 않는데 대한 정치적 보복이 아니냐』하는 일부의 의혹을 풀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이 엄격한 응징자세를 보인것은 서영택청장의 말대로 『대가없는 부의 대물림을 끝내겠다』는 그들의 의지에 신뢰감을 갖게한다. 그러나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그 수단이 비합법적이면 보편적인 타당성을 얻기가 어렵다는 것을 지적해 두고싶다.
정 회장 일가의 주식이동이 주식의 「변칙증여」를 겨냥했다는 것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재벌그룹의 이러한 관행은 도덕적으로 당연히 규탄을 받을만하고 또한 받아왔다. 문제는 「변칙증여」 행위시에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법이 미비한 것이다. 국세청이 법의 허점을 찾으려는 재벌그룹의 머리를 못따라간 것이다.
응징은 조세법정주의를 따르는것이 대원칙이다. 이 원칙이 무시되면 조세체계가 근본적으로 붕괴된다. 국세청은 정 회장 일가 및 현대계열 그룹 세추징에서 증여세(60억)보다는 법인세(6백31억),소득세(6백70억)를 중과했다. 과세근거를 증여세보다는 법인세와 소득세에서 찾은 것이다. 불공정합병과 불평등 감자에 의한 증여에의 과세는 올해부터 입법화 되었고 사실 한라그룹의 이의신청 사건에 국세심판소가 국세청 패배의 판정을 내린 사례가 있어 이 규정의 적용은 보류했다.
국세청은 대신 법인세법 시행령 94조의 2 제1항을 적용한것 같다. 이 규정은 『법인이 주식을 시세보다 훨씬 싼값으로 팔았다면 시가와의 차액만큼 소득이 넘어간 것이므로 이에대해 과세한다』는 취지다.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시가대로 주식을 양도하면 과세대상이 안되는 것이 아니냐하는 의문이 생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무튼 국세청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필요한 절차 및 법적인 근거를 모두 강구해왔다』고 했다. 법의 게임이 공정하기를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