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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깨는 행동 삼가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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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깨는 행동 삼가자(사설)

입력
1991.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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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전략은 아무런 변화가 없음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솔직하거나 떳떳치가 못하고 음흉하다. 평양에서 열렸던 총리회담을 마치고 개성을 향해 달리는 남행열차에서,이산가족의 억지 상봉극이 비밀리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남쪽대표단이 모르게 취재기자의 삼촌이 동승하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측에선 「우연」이라고 강변하나,치밀한 「공작」의 속셈이 뻔히 들여다 보인다.가장 먼저 지적해둘 것은 신뢰를 헌신짝 처럼 차버린 북의 파약이다. 남북한은 평양의 고위급회담 기간중엔 가족상봉을 일체 시키지 않기로 쌍방이 미리 합의한 바 있다. 지키기 쉽고 간단한 약속이다. 이쯤의 상식과 원칙은 비록 적대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이라도 지켜짐이 마땅한 일이다. 하물며 분단의 해소와 통일을 논의하는 남북회담에서 이런 치졸한 파약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당음으로 북한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애써 쥐도 새로 모르게 몰래 만나게 해놓고 금방 들통이 나자 시치미를 떼고 발뺌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친척이 기차를 타지 않았으니 회담의 앞날을 위해 그렇게 알아달라』는 변명과 호소는 어설프고 궁색하기 만하다.

북한은 이산의 고통을 달래주려기 보다 대남전략의 방편으로 악용하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와 재북가족의 심야 상봉이 실증의 선례이다. 본인이 한사코 사양함에도 인도주의 명분을 내세워 비밀리에 만나게 하고 슬그머니 이 사실을 보도진에 흘렸다. 어떻게든 상처를 입히고 곤경으로 몰아넣으려는 기도와 음모가 역력하였다. 속이는 것도 한번이다. 어떻게 이리 번번이 올가미를 씌우려고 발버둥을 치는가. 그러니 저의를 의심받지 않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평화와 불가침의 정치·군사적 전제를 구호로 내세우는 북한은 신뢰의 구축을 외면하고 뒷전으로 밀어 붙인다. 저들의 선결조건만 성취되면 저절로 신뢰문제는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막후에선 신뢰를 깨는 획책을 일삼으며 농간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1천만 이산가족은 희비의 파도를 탄듯,남북회담의 추이를 지켜보며 오랜 아픔을 참아가며 살아 간다. 통일의 대도를 걷기 위해서라면 그만한 쓰라림은 감내하리라는 처절한 의지 하나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음모와 공작이 아닌 솔직과 성의 뿐임을 북한 당국자는 깨달아야 한다. 속들여다 보이는 잔꾀는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일합의서 채택과 내용구성의 합의라는 작은 성과를 크게 환영한다. 어렵게 얻어낸 합의와 약속을 공작 차원에서 훼손시키는 경거망동은 삼가야 옳다. 공연한 흠을 잡아 책임을 덮어 씌우는 술수는 대화와 협상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 잔수는 버려야 함을 북한쪽에 분명하게 전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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