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와(궁택희일) 정권의 탄생으로 일본정치는 정치도의와 윤리면에서 적어도 3년은 뒷걸음질했다.일본정계 최대의 스캔들이었던 리크루트사건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했던 미야자와씨가 집권함으로써 가이후(해부준수) 총리시대의 금과옥조였던 「리크루트의원 불용론」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자민당 총재당선 직후부터 당요직과 각료인사에 착수한 미야자와 새 총재는 파벌정치의 역학작용에 떠밀려 고심하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요직의 물망에 오른 사람들 가운데 리크루트사건 관련 의원이 많아 여론과 외압의 틈새에서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신이 관련자이면서 가이후 총리의 불용론을 계승할 명분도 없고,그렇다고 기용압력을 물리칠 힘도 없는 형편이다.
현재 당 3역으로 내정돼 있는 인사중 한사람은 리크루트 코스모스사로부터 미공개주식 3만주를 본인명의로 특혜배정받은 전직 장관이고,또 한사람은 70년대 록히드 사건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았던 인물이다. 각료후보중에도 부총리겸 외무장관으로 굳어져 있는 와타나베(도변미지웅)씨 등 몇사람의 리크루트사건 관련자가 있다.
또 한가지 시비거리는 장본인들이 사건관련 사실을 그리 부끄러워 하지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야자와 신임총리는 당선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의식에 대해 『사건후 의원선거에서 당선됨으로써 선거구민들로부터 사면받은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혀 주목을 끈 바 있다. 이 말은 당사자들에게는 「복음」과 같은 모범답안이 되어 기자들이 물을때마다 같은 답변을 되풀이 하고있다.
그러나 일본국민은 냉소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한때의 과오가 천형같은 낙인이돼 정치생명을 영원히 옭아매서는 안되지만 도의적 윤리적으로 보아 일본을 책임지는 요직에 앉을수는 없다는 생각인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가이후총리가 연약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퇴임직전까지 50%가 넘는 지지를 얻은 것은 리크루트의원을 각료직에 고용하지 않은데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판사에 임명된 토머스씨가 공직자 윤리문제로 혹독한 「인민재판」을 받은 사실을 들추며 『이러고도 정치대국이 되겠느냐』고 개탄하는 사람도 있다.
「리크루트의원」 등용과 뒷걸음질하는 일본정치의 불가해성을 바라보면서 떳떳치 못한 한국의 과거정치인들이 얼씨구나 하고 이를 본뜰까봐 은근히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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