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고위급회담때 약속 어겨… 신뢰성 “흔들”/남측기자 삼촌 열차에 탑승시켜/즉각 들통나자 “우연이다” 시치미【서울=연합】 북한은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평양에서 열렸던 제 4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단일 합의서 채택과 내용구성에 합의하는 등 겉으론 남북한 관계개선에 호응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으나 그들은 아직도 뒤로는 기존 대남 전략을 버리지 않고 대화를 악용하려는 기도를 계속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북한측은 지난 25일 이번 회담의 성과를 자축하고 제5차 회담의 결실을 기약하는 정원식총리와 연형묵총리의 뜨거운 작별악수(백화원초대소)의 체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 회담에서는 대표단의 가족상봉을 일체 주선하지 않는다는 사전협약을 깨버리고 정총리가 탄 평양발 개성행 열차에 우리측 기자단 일원의 친척을 몰래 태워 비밀상봉을 시켰다.
북측은 함남 덕원 출신으로 이번에 취재차 방북했던 K일보 김모기자의 작은 아버지 김경욱(62) 김상욱씨(60)를 남측대표단 몰래 열차에 태워 이날 상오 10시30분께 김 기자의 열차칸에서 극비리에 만나도록 한것이다.
물론 이같은 사실은 김 기자가 상봉직후 남측대표단에 알려옴으로써 즉각 드러났으나 이 열차를 탔던 북측의 최봉춘 책임연락관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잡아떼며 남측을 기만하려 했다.
김 기자는 두 작은 아버지를 만나자 자신의 부친과 작은 아버지들의 건강 등을 회제로 약5분간 얘기를 나눈 후 일단 헤어졌다고 말했다.
이를 뒤늦게 안 우리측 기자들은 최 연락관에게 달려가 사진을 찍기위해 이들을 재상봉시켜 줄 것을 요구했으나 북측은 두 김씨를 어느 칸엔가에 숨긴채 상봉사실 자체를 부인할뿐 아니라 이를 취재하려는 우리측 기자들에게 신경질을 부리는 등 거칠게 대했다.
최는 무척 당황한 듯 흥분한 어조로 『정원식총리의 재북가족만도 85명이나 된다』며 『혹시 기자끼리 사돈의 8촌,10촌,100촌끼리 우연히 만났는지는 몰라도 이 열차안에는 남측 대표단의 가족이나 친지를 아무도 태우지 않았다』고 시치미를 뗐다.
이에 우리측 기자들은 김 기자의 얘기를 직접 들었으므로 그가 만났다고 하는 두 사람을 대면시킬 것을 다시금 강력히 요구했으나 최는 당황한채 막무가내로 이를 계속 부인했는데 그는 열차가 개성역에 빨리 도착해 이 어려운 순간을 모면하려 급급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최는 심지어 재상봉 주선을 독촉하는 한국측의 한 기자에게 『기자가 아니므로 나가달라』며 생떼를 부리다 항의가 빗발치자 손을 끌어 옆에 앉히며 유화제스처를 쓰는 등 우왕좌왕 하는가하면 평소에는 기자행세를 하지만 북측 기관원임에 분명한 최의 한 측근은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사태를 수습하려 드는 모습이었다.
최는 우리측 기자들의 언성 높은 독촉에도 자신의 논리를 20∼30분간 내세우다가 점차 애원조로 톤을 바꾸면서 『이번에 성과를 거두고 돌아가고 사실 5차 회담에 앞선 판문점 실무접촉 날짜까지 약속해 놓은 형편인데 친척이 기차를 탄일이 없으므로 회담의 앞날을 위해 그렇게 알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 회담의 싹을 짓밟는가 그 싹을 살쿠는가는 기자 여러분에 달려있다』며 사실은 이번에는 가족상봉을 시키지 않기로 남북한간에 합의했기 때문에 상봉사실이 알려지면 회담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이해해달라며 『만약 가족을 만났다해도 그것은 우연』이라고 사실상 상봉사실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북측의 이번 행동은 분명 강영훈총리 가족 상봉을 둘러싸고 노리던 획책 이상의 음모와 공작이 담겨 있음을 엿볼수있다.
또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우리측 대표단에게 <남측에 의한 흡수통일> 운운하면서 마치 남측이 무슨 흡수기도나 하고 있는 것처럼 공세를 취했으나 내면으로는 종래의 대남전략을 전혀 바꾸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실증해주고 있다. 남측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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