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단적통치로 분열조장… 14개 분파 대립/“권력잡고 이룬게 없다 ” 국민들도 등돌려보수파의 쿠데타 실패이후 소련정국이 요동치고 있던 이달초 보리스·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은 2주 동안 흑해연안의 휴양도시 소치에서 휴가를 즐겼다.
이 기간동안 알렉산데르·루츠코이 러시아공 부통령은 화급한 문제를 보고하기 위해 옐친 대통령에게 수십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통화를 하지 못했다.
「쿠데타 분쇄의 영웅」들로 구성된 러시아공 지도부의 비능률과 무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소련의 정치·경제·사회적인 혼란과 위기는 「8·19쿠데타」 이전보다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기대했던 옐친과 그의 측근들은 이렇다할 대처방안을 내놓지 못한채 내부분열상만을 노출하고 있다.
항간에는 옐친이 곧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위기 수습에 적극으로 나설것이란 희망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선 대다수 사람들이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옐친의 측근인 루츠코이 부통령조차 『그동안 산더미 같은 법률을 제정해 공포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지키지 않는게 우리의 문제』라고 토로한다.
독재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던 옐친이 새정부를 이끌고 위기를 극복하는데 실패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선 여러가지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그중에는 옐친이 심장병을 앓고 있어 심신이 극도로 피고한 상태라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옐친의 지도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최근 모스크바 뉴스지는 이와 관련해 옐친의 3단계 변신을 지적했다. 첫째는 지난 6월 실시된 소련 최초의 직선대통령 선거에서 보여준 민주적인 개혁가의 모습이다.
다음으로 지난 8월 보수파의 쿠데타 기간중 쿠데타군의 탱크위에 올라가 사자후를 토하면서 유감없이 발휘한 대중선동가로서의 옐친이 있다. 끝으로 가장 최근 옐친에게서 발견되고 있는 특성으로 고위공산당관료,이른바 노멘클라투라 출신이 지니고 있는 엘리트 의식을 들수있다.
옐친의 엘리트 의식은 그가 지방행정을 관장하기 위해 일종의 대통령 특사를 지명,파견한 조치에서 두드러진다. 옐친은 지방에서 아직도 무시못할 영향력을 행사히고 있는 공산당 잔존세력을 제압하려면 자신의 직속하에 있는 전문가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공 의회내의 많은 반대자들은 이에 대해 제정러시아 시대의 전제정치를 답습하는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옐친의 이같은 독단적인 리더십은 사분오열된 러시아공의회의 분열을 더욱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공산계와 비공산계로 양분돼 있던 러시아공은 이제 최소한 14개의 분파가 대립하는 분열과 대립의 장소로 변했다. 이 와중에서 옐친의 측근들은 공동의 현안을 토의하기보다는 각자의 이익을 주장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예컨대 루츠코이 부통령은 옐친이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협조해 성사시킨 공화국간 경제협정을 러시아공화국의 재화를 빼돌리는 「산적행위」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러시아민족주의 성향을 지닌 일부 의원들은 한걸음 더 나가 러시아를 소연방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유일한 국가로 선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때 옐친은 결국 보수파의 쿠데타 실패이후 아무것도 이루어 놓은게 없다는 평가를 피할수 없다.
아직도 예친의 지지자들은 그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칭송은 급격히 따금한 충고로 바뀌고 있다. 지난주 모스크바 시내에서 벌어진 시위에 등장한 푯말은 이같은 여론을 대변한다.
『옐친,이제 당신의 공허한 연설에는 신물이 나오. 말을 멈추고 책임있는 지도자로서의 책무를 다하시오』<정리=김현수기자>정리=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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