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우리 사회는 뿌리가 병든 나무와 같이 안으로 시들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의식의 마비와 도덕성의 경련으로 인간성을 상실해 가고 있음이 여러 형태와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간화를 외면한 물질의 풍요와 삶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인륜과 사회도덕이 실종된 상황에선 문명인의 생존과 긍지가 위협을 받는다. 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하게 되면 그것이 곧 반문명이다.요즘 우리는 잇단 비인간적인 충동범죄에 심한 충격을 받고 있다. 합리적인 사고는 팽개치고 인명의 천시와 학대로 증오를 마구 발산한다. 무고한 불특정의 다중을 대상으로 떼죽음을 강요하며 분풀이를 일삼는다. 밝은 하늘아래에서 멀쩡한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오리무중의 인간증발이다. 그런가하면 마약과 환락의 침투도 심상찮은 단계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면 우리네 삶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을까 크게 우려된다.
이러한 병리현상의 만연은 이미 누누이 지적되고 진단이 내려진대로 가치관과 도덕성의 붕괴 때문이다.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는 전통의 가치를 무력화시켰을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절대빈곤을 몰아낸 자리엔 계층의 위화와 갈등관계가 들어섰다. 극단의 이기주의가 개인과 집단에 파고들어서 심성은 사나워지고 정글의 생리가 서로 으르렁 대고 있는 험악한 현실이다. 충동과 생리에 따라 저질러지는 병리현상을 더이상 방치할수가 없다.
반인간화의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선 응급처방이나 편법에 의지하지 않고 정공법을 택함이 마땅하다.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고 가꾸는 교육에 눈을 돌림이 역시 지름길이다. 가혹한 입시교육은 결과적으로 인간교육을 등한시 하였음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라고 하겠다.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예절과 도덕성의 함양을 소홀하게 다루고 있다. 지의 교육에 치중한 나머지 덕의 교육은 뒷전에 밀렸다. 굴절된 교육을 바로 잡지 않고선 건전사회는 까마득한 이상에 머무를 따름이다.
마침 교육과정 연구위원회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의 개정시안을 마련중에 있다고 한다. 개정의 주안점을 공동체의식의 강화에 두고 있음은 주목할 바다. 모든 교과에서 도덕적 가치지향을 강조하며,국민학교에선 생활예절,중학은 도덕,고교는 윤리학으로 발달수준과 시대정신에 맞게 고친다는 내용이다.
교과과정의 개혁은 오히려 뒤늦은 느낌이 있으나 현실을 직시한 안목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교육의 근본 목표는 인간화에 있다. 지식의 개발보다 사람의 개발이 앞서야함은 너무나 당연한 요구다. 물질의 풍요와 정신의 성장이 병행되어야 건전사회로 발전한다. 시대를 초월하는 이 진리를 우리는 오랜동안 등지고 살아왔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도덕과 인성개발이 교육의 전면에 나서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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