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일수교 절박 “분위기 조성”/「형식」해결 불구 「내용」엔 먼거리24일의 2차 회의로 사실상 막을 내린 평양서의 4차 남북 고위급회담은 향후 회담전개에 하나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남북양측은 지난 세차례 회담에서 합의문건의 이름과 토의순서 등 형식적인 사항에 매달려 논쟁을 벌이느라 실질토의에는 접근조차 못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합의서의 명칭·형식·구성 등에 합의함으로써 이제 향후 회담의 주제는 「형식」에서 「실질」로 그 성격을 바꿀수 있게됐다.
이번 회담에서 이같은 가시적 성과가 나온것은 남북양측 모두가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나름의 당위성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즉 우리의 경우 이번 회담을 전후해 고위급회담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정부 안팎에서 적지않게 제기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특히 북한측은 최대현안중 하나인 대일 수교문제를 빨리 매듭짓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에 있어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징표가 절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4차회담의 긍정적인 결론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앞으로 합의서의 내용에까지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진통을 겪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관련,남북은 오는 12월10일의 5차 회담에 앞서 대표회담을 통해 합의서 문안을 사전 절충키로 했다. 이 회담에서 양측은 「화해 불가침과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와 「불가침과 화해 및 협력교류에 관한 선언」(북)을 각각 기본입장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문건에 비춰보면 양측은 화해·불가침·교류협력 등 각 분야의 큰 테두리에는 상당부분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각 부문의 원칙적인 사항,예를들어 화해항목의 「상대방 비방 중상금지」,불가침 항목의 「무력불사용」,교류협력 분야의 「경제·교통 등 제분야 협력」 등에 대해서는 쉽게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기본사항을 보다 구체화시키고 실효성 있게 만드는데 대한 양측의 뚜렷한 견해차이 일것이다. 우선 화해부분의 경우 우리는 신문·TV 등 언론의 개방을 통한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북측은 이를 「흡수통일 기도」라며 아예 눈길조차 주지않고 있다. 또 불가침과 관련,우리측은 상주감시체제 등 합의내용의 실천보장 방안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데 반해 북측은 불가침의 선언을 통한 군비감축 및 주한미군 철수 등에만 매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함께 교류협력 분야에 있어서도 우리측은 통신·통행·통상 및 경제협력 등 3통관계의 구체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북측은 이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고있다.
이같은 기본적인 의견차이와 함께 가장 우려되는 사안은 한반도 핵문제. 북측은 지난 23일의 1차 회의에서 느닷없이 「한반도 비핵지대화선언」을 긴급제안하고 나서 앞으로 회담운영에 이 문제를 지렛대로 사용할 뜻을 시사했다.
결국 곧 이어질 대표회담에서의 양측 태도,특히 북한의 태도와 입장이 5차 회담의 결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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