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자리 오가며 술잔 나눠/정 “희망줄것” 연 “인민들 화색”/“수경양 풀어주세요” 시민부탁에 정 총리 “미소”제4차 남북 고위급회담은 10개월만에 재개된 회담답게 최초의 공동발표문을 도출하는 등 나름대로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우리측의 정원식 국무총리와 북한측의 연형묵 정무원총리는 남북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자고 약속했고 양측 대변인들은 이번 회담이 소중하고 역사적 의미가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서 도출된 최초의 합의는 앞으로 계속될 대표접촉과 12월10일로 예정된 제5차 서울회담을 지켜봐야 그 성과여부가 판가름 나겠지만 25일 판문점을 넘어 서울로 돌아오는 우리 대표단의 표정이 일단은 밝을 것 같다.
▷2차(비공개) 회담◁
제4차 남북 고위급회담 2차 회의는 24일 상오10시 정각 양측 대표단이 회담장인 인민문화궁전 대회의실 북측 문과 남측 문으로 각각 입장,회담장 중앙테이블 앞에서 악수를 나누면서 시작.
양측 대표들은 토론에 앞서 약 10분간 평양시내 관람소감과 24일 하오의 일정 등에 대해 환담.
▲정 총리=어제 회담은 유익했습니다. 기자들도 좋은 반응이었습니다.
▲연 총리=1차 회담때는 기대가 컸고 2차때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3차 때는 실망했는데 이번에는 인민들이 경과를 알면 얼굴에 화색이 돌 것 같습니다.
▲정 총리=희망을 줄 것입니다.
▲연 총리=인민들의 요구를 정확히 들어줘야 합니다.
▲정 총리=우리 국민들도 기대가 많습니다. 책임있는 당국자간에 회담을 통해 물꼬를 터야 합니다.
▷대변인 회견◁
회담이 끝난뒤 안병수 북측 대변인과 이동복 남측 대변인은 차례로 기자회견을 갖고 회담내용과 성과·전망 등을 설명한뒤 기자들과 일문일답.
회담성과에 대해 안 대변인은 『매우 긍정적이며 다음 5차 회담에서 진전을 볼 수 있다는 빛을 보여줬다』고 말했으며 이 대변인도 『굉장히 소중하고 역사적 의미가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하는 등 양측 모두 만족한 표정.
안 대변인은 회담에서 있었던 한반도 비핵문제 등을 설명한뒤 『남측에서 흡수통일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데 유의하며 이를 실제행동과 정책으로 표시하는지 지켜보겠다』고 설명.
이 대변인은 『회담에서 북측의 비핵지대화 선언요구에 대해 정 총리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은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지향하고 있으며 우리는 NPT(핵확산금지조약) IAEA(국제원자력기구) 규정에 따라 핵사찰을 받고있기 때문에 북측이 동등한 조건을 지키면 비핵지대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개.
팀스피리트 중단요구와 관련,이 대변인은 『이 훈련이 방어목적의 연습이라는 것은 중감위 회원국들의 참관에 의해서도 증명되고 있으며 오히려 남쪽에서는 북측의 군사력,특히 공군기의 전방 배치에 위협을 느끼고 있으므로 이를 후방으로 빼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
이 대변인은 『한반도 핵문제에 관한 한국정부의 공식입장은 지난 9월27일 부시 미대통령의 선언직후 노태우대통령이 하와이 기자회견에서 밝힌대로 북한이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면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
▷대표접촉◁
23일 하오6시 우리측에서 송한호 임동원 이동복,북측에서 최우진 백남준 김영철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백화원초대소 2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6인 대표 첫 접촉은 한차례 정회하는 진통을 겪었으나 남북 고위급회담 의제의 명칭과 구성 등 4개항에 합의하고 24일 새벽1시에 종료.
하오6시부터 한시간 반동안 진행된 첫 대좌에서 남북 양측은 고위급회담의 의제명칭을 「남북간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로 한다는데는 쉽게 합의했으나 합의서의 구성 및 내용을 둘러싸고 이견이 속출해 일단 하오7시반에 정회.
의제명칭과 관련,당초 남측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간의 화해·불가침과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로 하자고 제시한 반면 북측은 「북남간의 불가침과 화해협력에 관한 선언」으로 하자고 주장.
그러나 명칭문제는 남측이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서명란에 표기토록 하자는 북측의 주장을 수용해 쉽게 합의.
또 명칭의 순서에 대해서는 북측이 「불가침과 협력화해」의 당초 주장에서 후퇴해 남측의 「화해·불가침·교류협력」 주장을 받아들여 역시 합의.
이와함께 합의문건의 호칭문제도 조약형태이기 때문에 선언보다는 합의서가 옳다는 남측 주장을 북측이 받아들여 합의.
합의서의 구성과 관련해서도 북측은 「조문별로만 나열치 말고 서문,남북화해,남북불가침,교류협력,발효조항 등 중간제목을 달자」고 주장했고 남측이 이를 수용.
그러나 북측은 「화해와 불가침」 사이에 「와」를 넣고 「·」를 빼자고 주장했고 남측은 「·」를 넣어야한다고 맞서 격론을 벌이다 정회.
이와 관련,이 남측 대변인은 『화해와 불가침을 분리,단일문건에서도 불가침을 따로 모셨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생각에서 북측이 강력히 주장한 것 같다』고 분석.
▷양 의장 만찬◁
인민문화궁전에서 개최된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 주최 만찬은 저녁7시40분부터 9시45분까지 2시간여에 걸쳐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
이날 만찬에는 우리측 대표단과 수행원·기자단 등 전원이 참석했으며 북측에서는 양 의장이 IPU총회 참석차 출국중이어서 백인준부의장과 연형묵총리를 비롯한 북한정부 당국과 언론인·교수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
양 의장은 백 부의장이 대신 읽은 만찬연설에서 『화합과 단합에 이롭고 통일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는 쌍무적이든 다무적이든 접촉과 대화의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아무때나 그 누구와도 만나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밝히고 『화합과 단합과 통일을 위한 북남정치인들의 상봉이 실현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성의를 갖고 적극 협조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촉구.
우리측 정 총리는 답사에서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까지한 마당에 이산가족들이 편지도 주고받지 못하고 70이 넘은 고령자들은 가족의 생사도 모른채 눈을 감아가고 있다』면서 『이제 우리의 발걸음은 빨라져야 하고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멈춰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
이날 만찬음식은 고려술과 머루술 백주 등 주류와 함께 가물치회 찰떡 만두국 등이 나왔으며 특히 9시께부터는 공연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고조.
공연은 능수버들 가야금 병창 등 정치색이 배제된 우리의 고유가락을 담은 것들로 흥을 돋우었으며 양측 인사들은 자리를 오가며 술잔을 주고받는 매우 화가애애한 분위기.
▷지하철 탑승◁
2차 비공개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남측 기자단 및 수행원들은 북측 안내로 평양 지하철 부흥영광구간 3㎞를 탑승.
지하철 열차내에서 기자들이 만난 시민들은 『지금 시간이 열시가 넘었는데 어디를 가는 길이냐』고 물은데 대해 처음에는 『직장에 가는 길』이라고 이구동성.
기자들이 계속해서 『근무시간중에 이렇게 돌아다닐수 있느냐』고 묻자 시민들은 『일보러(출장을 의미하는 듯) 갔다 돌아 오는 길』이라고 천편일률적 답변.
한 승객은 당초 밝힌 행선지가 아닌 영광역에서 기자들과 함께 내리면서 멋쩍은 표정을 짓기도.
▷백화점 참관◁
정 총리를 비롯한 우리측 대표단 일행은 이날 하오5시경 평양시 중구역에 있는 제1백화점을 김옥순지배인(여)의 안내로 약 20분간 참관.
정 총리는 1층 그릇가게에서 도자기로 만든 밥탕기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값을 물어봤고 그후 아동복상점에서는 빨간 색깔의 점퍼를 만져보며 『색깔이 참 예쁘다』고 말하자 점원은 『어린이 옷의 40%는 국가가 보상한다』고 설명.
정 총리가 백화점을 나서자 김 지배인은 상냥했던 태도를 돌변,『임수경을 풀어 주세요. 총리선생은 그런 권한이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고 정 총리는 이에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평양=이이춘기자>평양=이이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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