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상오10시 서울 여의도광장 남단에서는 어린이 2명의 목숨을 빼앗고 21명을 다치게한 살인폭주사건의 현장검증이 서울지검 남부지청 김상훈검사의 지휘로 40여분간 실시됐다.범인 김용제(20)는 양손에 수갑을 차고 포승에 묶인채 가끔 잔기침을 하며 떨리는 듯한 모습으로 현장에 도착했다.
광장 주변엔 시민 30여명이 나와 웅성거렸고 경관 70여명이 경비를 하고 있었다.
김은 범행에 사용된 차량번호대로 서울3 구6539 번호판을 임시로 단 검은색 프라이드승용차 운전석 옆자리에 태워졌다.
대기하고 있던 형사들은 자동차에 부딪혀 나둥그러지는 모습을 차례로 연출했다. 이때마다 지켜보던 시민들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욕설을 펴부었다. 30대 후반의 남자는 『저런놈은 죽어야한다』며 달려들려다 경찰의 제지를 당했다.
김은 『첫번째 사람을 들이받는 순간 눈을 감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고 범행직후 경찰에서의 진술을 반복하며 모든 것을 순순히 시인했다.
그러나 현장검증이 끝난 뒤에도 김은 할말이 많은것 같았다. 『숨진 어린학생들의 명복을 빈다』 『나머지 부상자들도 속히 회복되기 바란다』고 말했으나 가족과 사회에 대한 원망은 여전했다.
『현장검증을 할때 자라면서 겪었던 일들을 주마등처럼 스쳤다』는 김은 『국민학교때 어머니만 가출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 『화목했던 가정이 어머니의 가출로 깨어져 아버지가 음독자살하고 큰형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며 『그때부터 세상이 싫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죽기위해,사형을 받기위해 사고를 쳤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김은 끝내 구제받지 못할 범인이었다.
그러나 우리사회도 상처받은 영혼의 구제에 냉담했었다. 치유받지 못한 어린이의 상처는 연령과 함께 커간다는 사실을 외면했던 것이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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