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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트러진 자세/최해운 싱가포르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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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트러진 자세/최해운 싱가포르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1.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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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싱가포르 인도 대사관으로부터 『내일 인도 재무장관과 상공장관이 「인도의 새로운 경제정책과 전망」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한뒤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니 부디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이 팩스로 싱가포르 국내 신문과 외국 기자들에게 날아 들었다. 돌발사건에 관한 브리핑도 아닌데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주제의 기지회견을 하루전에 통보한다는 것은 우선 부자연스러울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불쾌하게 느낄 수도 있는 일이다.그러나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보니 그런 생각은 싹 가시고 인도 경제전반에 관한 이해만 머리에 남았다. 인도경제가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으나 개혁적인 경제정책의 추진으로 교역과 투자부문에서 새로운 다이너미즘과 전기를 맞고 있다며 인도경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구하는 그들의 진지한 자세가 돋보였다. 이들 장관은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참석한 뒤 귀로에 아시아경제의 요충인 싱가포르에 들러 이같은 홍보를 벌인 것이다. 그들의 이같은 활동은 자연히 우리의 모습을 짚어보게 한다.

이곳 싱가포르 경제계에 비친 우리경제의 모습은 지나치게 일그러져 있다. 지난 며칠동안 현지 신문에 난 기사만 살펴봐도 『한국의 인플레는 향후 수년간 아시아에서 최고수준을 기록할 것이다』 『한국사무직 근로자의 질은 「아시아 4용」중에서 가장 낮은 반면 임금은 높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투자환경이 가장 나쁘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등 부정적인 측면 일색이고 긍정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작금의 우리경제가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 싱가포르가 한국을 지나치게 경쟁대상으로 인식,부정적인면만 들추어내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 싱가포르에 들르는 한국고관이나 경제계인사들,심지어는 현지주재 외교관들까지도 지나친 골프취미에 빠져 있음을 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골프가 훌륭한 스포츠이고 외교활동의 중요한 수단일 수 있음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일부 공관직원들이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자주 골프장에 나타나는 모습은 별로 좋게 보이지 않는다. 『싱가포르에서 뭐 특별한게 있느냐』며 대사관 사무실 카펫위에서 퍼터를 휘두르는 모습도 목격된다. 우리 대사관 주최로 열린 지난번 개천절리셉션은 대형케이크에 크게 새겨진 태극기의 태극모양이 거꾸로 된채 진행돼 현지 교민들의 입방아에 오른 적이있다. 리셉션이 끝난 뒤 서둘러 골프장으로 떠나는 공관원들을 보면서 우리의 자세가 어느새 이처럼 흐트러졌던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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