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상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신봉국교 5학년 6반 교실에서는 어이없이 친구를 잃은 학생들이 침울하게 공부를 하고 있었다.지난 19일 여의도 살인폭주에 의해 희생당한 지현일군(11)이 공부하던 책상에는 급우들이 가져온 노랗고 하얀 국화가 놓여있고 담임 정옥지교사(49·여)의 눈시울은 젖어 있었다.
서예 실력이 뛰어났던 현일이가 지난 봄 환경미화때 솜씨를 발휘한 교실 뒷벽의 「장유유서 붕우유신」 액자는 현일이의 죽음을 더욱 슬프게 했다.
수업시작전의 방송조회에서 현일이의 친구들은 모두 울었다. 박원배교감(57)이 『현일이가 자기만을 아는 어른에 의해 억울하게 숨졌다』며 『여러분이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 현일이의 못다한 꿈을 이뤄달라』고 말하자 교실은 울음바다가 됐다.
명복을 비는 3분간의 묵념중에도 각 교실에서는 울음이 그치지 않아 눈시울이 붉어진 교사들이 달래야 했다.
현일이의 짝이었던 조유진양(12)은 『현일이가 여학생들에게 장난을 칠때는 쌀쌀하게 대하기도 했다』며 『이럴줄 알았으면 더 친하게 지낼 걸 그랬다』고 말했다.
처음 보도를 통해 현일이의 죽음을 알았을때 가슴이 떨려 밥도 먹지 못했다는 정 교사는 『공부 잘하고 명랑해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태권도와 서예도 잘하던 아이였는데…』라며 슬퍼했다.
학생들은 현일이가 안치돼 있는 여의도 한강성심병원 영안실에 찾아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있다. 조문하고 돌아온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아이들이 찾아가면 현일이의 부모가 더 가슴아플 것』이라며 만류하기 때문이다.
현일이 나이 또래에 이미 상처를 입고 커가면서 세상을 원망하며 복수심을 키워온 청년은 많은 어린이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