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세습」 못 막는다./「부자간 위장 땅거래」도 패소/“실명제 전제 개편” 소리높아상속·증여세제가 법령 및 시행상의 허점이 너무 많아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18일 세무당국과 조세전문가들에 따르면 재벌의 변칙적인 상속·증여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으나 관련법령 및 과세행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불필요한 논란과 마찰을 빚고 행정심판이나 소송에서 과세가 번복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속·증여세제 전반에 대한 근복적 재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상속여·증세제의 허점은 한라그룹 정인영회장 일가 3명에게 국세청이 부과한 59억6천9백만원의 증여세가 국세심판소에 의해 취소된 사례에서 극명히 나타나고 있다.
국세심판소는 『한라그룹의 한라건설이 증자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계열사인 한라시멘트가 신주인수권을 포기,정인영회장 일가의 지분이 높아져 60억원 규모의 증여행위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행 상속세법이 실권주를 인수해야만 증여로 과세하도록 규정돼 있으므로 과세할 수 없다』며 과세취소 판결을 내렸다.
주식을 통한 변칙상속·증여에 못지않게 부동산을 이용한 위장상속·증여에 대한 과세에도 잇달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은 재벌그룹이 제3자명의로 취득한 부동산을 대대적으로 조사,증여세를 과세했으나 법원이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경우는 과세할 수 없다』고 판결,대부분 증여세가 취소됐다. 또 지난 3월에는 부자간의 부동산거래는 실제로 땅값을 지불했다 하더라도 증여로 보아 과세하는 국세청의 조치가 대법원에 의해 부인됐다.
이같은 법령상의 허점들과 함께 세무당국의 과세행정에도 문제가 있다.
국세청은 올들어 재벌들의 변칙적인 주식이동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지만 최근 문제가 된 한라건설의 실권처리,현대그룹의 불공정합병,한진그룹의 차등감자는 모두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서야 조사에 착수했다. 그만큼 국세청이 주식을 이용한 변칙 상속·증여행위를 제대로 적발하지 못해온 셈이다.
관계법령이나 제도가 미흡한데다 운영까지 부실,결과적으로 상속·증여세 포탈을 방관해온 셈이다.
조세전문가들은 이러한 사실들을 들어 차제에 관련 세법을 개정,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8일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재벌의 증여,상속 이대로는 안된다」는 주제의 공청회에서 세종대 이재기교수는 이같은 제도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상속세법은 금융실명제 정착과 비과세요건 강화,과세평가 수준의 향상 등을 통해 보강,개편돼야 한다』며 『재벌의 상속세 회피수단으로 활용되는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증권시장 장내거래를 통한 증여행위 ▲법인에 대한 채무면제나 증자를 이용한 증여행위 등도 과세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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