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사연을 취재하면서 기자가 주로 느낀 것은 가족들에 대한 연민보다는 남의 일에 철저히 무관심한 시민들과 부도덕한 사회에 대한 분노였다.여려운 생활속에서도 자녀를 금지옥엽으로 기르며 행복을 일궈가던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자식을 잃고 겪는 고통은 거의 비슷했다.
인신매매의 가능성이나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방정맞은 생각을 애써 떨치며 친구·친척 집에 찾아다니고 전단을 든채 거리를 헤매다 지쳐 버리는 사이 가정과 사회생활은 엉망이 돼버린다. 희망없는 나날은 갈수록 고통을 키워줄 뿐이다.
실종자 가족 20여명이 모여 지난 8월29일 협의회를 만들때도 이들의 얼굴에는 『뭉치면 자식을 찾을수도 있다』는 희망보다는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서글픈 안도감이 역력했다.
주위의 무관심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실종자 가족들은 공권력의 한계와 공룡처럼 커져버린 우리 사회의 향락산업에 부딪치면서 무기력해지게 된다.
검찰은 『일단 2∼3주 기다려도 소식이 없으면 수사에 나선다』고 대답하지만 심각한 인력부족에 시달리는데다 일부 경찰의 경우 불법적인 퇴폐업소와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성의있는 수사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공무원이 아니면서도 유흥가나 사창가를 샅샅이 뒤지며 미성년자나 강제감금 접대부를 구출하고 악덕업주를 고발하고 있는 민주시민운동연합산하 시민자위 봉사단원중 일부는 이같은 활동에 나서게된 이유들 『경찰이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안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일부 경찰의 비호도 문제지만 실종과 인간증발의 주원인인 퇴폐·향락산업이 번창하는것은 나이어린 접대부를 즐겨찾는 어른들의 부도덕성과 향락풍조 때문이다.
자신의 자녀를 상대로 온갖 못된짓을 다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만큼 도덕성이 마비된 어른들은 많다.
「인간증발」은 우리 사회의 「도덕성 증발」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도덕성 회복이 없는한 하루 아침에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고통과 방황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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