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출구 못찾아 우왕좌왕【대구=유명상·이동국·이상곤·이상원기자】 흥겨운 나이트클럽 무대가 연옥으로 변했다. 술에 취해 춤을 추거나 담소하던 손님들은 느닷없는 방화로 아수라장이 된 나이트클럽에서 탈출구를 찾아 이리뛰고 저리뛰고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지거나 부상했다.
휘발유 불길은 지하나이트클럽 내부의 장식물 등 가연성 물질에 삽시간에 옮겨붙어 불구덩이가 됐으며 취객들은 어둠속에서 하나뿐인 출구를 찾지못하고 숨져갔다.
▷현장◁
지하1층 1백여평에 60여개 테이블 규모의 거성관 나이트클럽은 불이 나자 정전이 되면서 폭 1.3m가량의 통로로 손님 1백50여명이 일제히 몰리는 바람에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나이트클럽 내부는 15평 크기의 무대와 입구만 심하게 그을린 상태였다.
경찰은 진화후 현장보존을 위해 50여명을 동원,나이트클럽 출입을 통제했다.
▷구조◁
불이 나자 소방차 30여대와 소방관 70여명이 동원돼 진화에 나서는 한편 화상자 구조에 나섰으나 유독가스가 심하고 통로가 비좁아 애를 먹었다.
통로에 빠져나오지 못한 손님들은 입구부근 2평가량 화장실에 10여명,무대부근의 룸 2개에 6명이 서로 뒤엉켜 쓰러져 있다가 소방관들에 의해 발견됐으나 대부분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졌다.
화재진압도중 산소호흡기 파열로 소방관 2명도 부상,인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홀내부는 좌석이 모두 뒤집힌채 맥주병·신발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으면 진화작업중 쏟아부은 물이 발목까지 차올랐다.
홀의 조명 등은 시꺼멓게 그을려 있었다.
나이트클럽에는 출입구외에도 홀서쪽에 비상구가 있었으나 순식간에 유독가스가 뒤덮여 홀안의 손님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범인 검거◁
범인 김정수씨(29)는 방화후 나이트클럽을 빠져나와 달아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구 서부경찰서 비산파출소 소속 김원재순경(25) 등 2명에게 나이트클럽 앞 태양주유소 부근에서 붙잡혔다.
경찰조사결과 김씨는 종업원들이 술 제공을 거부하자 태양주유소에서 휘발유 6ℓ를 3천원에 구입,방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 김씨는 영농후계자로 밝혀졌다.
▷병원◁
부상자들은 경북대병원 동산의료원 대구의료원에 분산돼 치료중이나 부상자의 상당수가 기도화상을 입어 말을 하지못한채 필담으로 의사표시를 하고 있다. 각 병원에는 사고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로 아수라장을 이뤘다.
사망자 4명의 유해가 안치된 동산병원에는 황승한씨(32)의 유족 등이 찾아와 오열했다.
TV뉴스를 본 시민들은 귀가하지 않은 가족중 희생자가 있을까봐 병원과 경찰서에 찾아와 신원을 확인하려 했으나 사망자들이 대부분 시커멓게 그을려 신원파악이 어려웠다.
대구의료원에는 40세가량의 남자가 불에 타 숨져 안치됐으나 얼굴만 그을려 신원확인이 불가능했는데 동산의료원의 황승한씨(32)의 경우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다가 밤11시께 가족들이 병원을 돌아다니다 알게됐다.
▷거성관◁
3∼4년 전에 문을 연 거성관은 비산 네거리 큰길가에 위치한 업소로 대구 중심가는 아니나 평소에도 3백석 규모에 만원을 이룰만큼 인기가 높았고 20대 보다는 30대 이상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 나이트클럽은 지난 9월8일 한국화재보험에 11억5천만원의 보험에 가입,사망자 1인당 최고 1천만원,부상자 1인당 9백만원까지의 보상이 가능하다.
▷사고 순간◁
홀에서 친구들과 함께 디스코를 추고 있었던 이영길씨(24·대구 남구 봉덕2동 113의 2)는 『범인 김씨가 무대위로 올라가 드럼주위에 휘발유를 뿌린뒤 라이터로 불을 질러 재빨리 빠져나왔다』며 손님들이 폭 1.2∼1.3m의 출입구로 앞다투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주로 여자들이 다치거나 숨졌다고 말했다.
화재당시 무대위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얼굴에 1도가량의 경화상을 입은 거성관 경리직원 양해진양(27·대구 달서구 성당동 489의 9)은 『하오9시40분께 갑자기 「불이야」하는 비명이 들려 나이트클럽을 들여다보니 무대위 천장이 환하게 불타 오르자마자 전기가 끊겼다』고 말했다.
양양은 『화재당시 플로어에 발디딤틈없이 손님들이 빠른 템포의 디스코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는데 한꺼번에 반대편 출입쪽으로 빠져나가려다 테이블과 의자에 걸려 넘어지며 뒤엉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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