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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주석에 보내는 공개서한/곽태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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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주석에 보내는 공개서한/곽태환(특별기고)

입력
1991.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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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처하여 김 주석이 유엔가입의 결정을 내린데 대하여 우선 환영의 뜻을 표합니다. 또한 지난 10일간의 중국방문에서는 중국의 고위지도자들과 남북문제를 포함한 여러가지 현안들을 협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김 주석은 북한 사회주의체제의 영구보존을 위하여 유엔가입의 용단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남북한의 상호협력하에서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의 길을 위한 국내외 환경 기반조성은 김 주석이 살아있을때 반드시 이루어 놓아야 하는 중요한 과업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김정일 비서가 대를 이어 받아 북한체제를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보다도 김 주석이 잘알고 있을 것입니다. 김 주석이 염원해 오던 민족통일을 이루기 위하여는 우선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실현하는 것을 선결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것이 김정일 체제가 앞으로 생존해 나갈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민족통일을 위하여 해결하여야 할 다음의 5가지의 선결조건을 받아 들일 것을 김 주석에게 촉구하는 바 입니다.

첫째,김일성주석은 하루속히 노태우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응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정상이 민족통일의 대과업을 성취하기 위하여 풀어야 할 많은 난제들을 협의하고 해결해 나가기 위하여는 우선 두 정상이 만나 서로의 마음을 진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김 주석은 진정으로 핵개발을 포기하고 핵사찰을 수용하여야 합니다.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한다는 두려움에서 김 주석이 핵개발을 시도한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때 북한의 핵 개발과 보유는 한번도 문제해결의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뿐이라는 사실을 김 주석은 인식하여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보유하게 된다면 한반도의 안보,나아가서는 동북아시아의 안보와 평화를 깨뜨리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한국의 노태우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의 핵무기를 5년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겠다고 상호의견의 접근을 보았다고 보도된 것에 비추어 볼때 김 주석이 북한의 체제유지에까지 위협을 느끼면서 핵개발을 계속 추진할 아무런 논리적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주한 핵무기철수를 유도하기 위해서도 북한은 핵사찰에 성실히 응하여야 하고 또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핵처리공장까지도 폐기하는 용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노태우대통령이 9월24일의 유엔연설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남북한간에 신뢰구축이 진전될 경우 재래식 무기의 감축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핵문제에 대해서도 남북한간의 협의를 추진할 용의가 있다』고 명확히 밝혔듯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는 북한의 핵개발 포기와 핵사찰 수용이 급선무라는 것을 김주석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남북한은 평화대헌장을 제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필자는 3차에 걸친 남북 총리회담에서 남과 북이 제안한 가운데 공통된 제안 7개항을 내용으로 하는 평화대헌장을 노태우­김일성간의 정상회담에서 조인할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한국일보 1991년 7월28일). 이 평화대헌장 이야말로 1953년 이후 지속되어온 휴전협정을 평화체제로 대체할 수 있는 타협안이 될 수 있으며 남북통일을 앞당길수 있는 꼭 필요한 조처임을 김 주석은 인식하여야 할 것입니다.

넷째,김 주석은 그동안 남북한간의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던 기본관계합의서에 과감히 조인하여야 할 것입니다. 남쪽에서도 만약 북한이 기본관계 합의서에 동의한다면 북쪽이 주장하는 남북한간의 상호불가침 선언에 응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동­서독의 통일에서도 우리가 보았듯이 이질적인 두 체제간의 단기간에 걸친 통일은 체제의 이질성을 극복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입니다.

다섯째,김일성주석은 이제 더 이상 강대국들의 남북한에 대한 교차승인을 거부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교차승인이 남북한의 영구적인 분단을 꾀하기 보다는 오히려 남과 북의 통일을 앞당기는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남한과 소련은 국교를 정상화 하였으며 중국도 남한과의 수교를 내다보고 있는 현시점에서 오직 김 주석만이 교차승인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또한 김일성주석도 북한의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일본과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해 온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더이상 외부 세계와의 단절과 고립으로는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살아 남을수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김 주석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남과 북이 분단된지 벌써 46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김 주석이나 남한에서 한결같이 남북한의 통일을 외쳐왔지만 아직도 통일의 길은 멀고 험준하며 불투명하게만 보여 집니다. 90년대에 들어오면서 국제정세는 너무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동구의 몰락과 동­서독의 통일,소련 공산당의 해체 등 바야흐로 세계는 지금 격변기에와 있는 것입니다. 이미 김 주석도 세계의 급변하는 정세를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역사의 흐름이라고 하는 것은 김 주석의 권능만으로는 막을수 없는 것입니다.

김 주석이 위의 5가지 사항들에 대하여 정치적인 용단을 내릴때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이 앞당겨 질수 있을 것이며 우선적으로 북한내의 김정일에의 권력이양과 체제유지에도 필수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김 주석은 아셔야 할 것입니다. 남과 북의 협조와 상호양보로서 민족통일을 향한 평화정착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위의 5가지의 민족통일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들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치적인 용단이 있기를 바랍니다.<미 이스턴켄터키대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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