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을 앞둔 강의실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대정부질문 4일째인 14일의 국회본회의장은 초점을 잃은 산만한모습 일색이다.회의를 시작해 질문에 들어간지 1시간 가량 지났을 무렵,회의장의 의석은 2층의 꽉 채워진 방청석과는 대조적으로 주인없는 빈 자리 투성이였다.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어떤 의원들은 단상에 등을 돌린채 뒤로 돌아앉아 동료의원의 질문을 배경음악쯤으로 생각이나 한듯 잡담만을 늘어놓고 있었다.
일부 의원들은 아예 의석 뒤편으로 걸어나가 소곤거리기도 했다. 언뜻 보기에도 의사 정족수가 가까스로 채워지는 듯했다.
격앙된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질문의원의 모습이 차라리 처량해 보였다.
의원 5명의 질문이 끝나고 점식식사를 마친뒤 국무위원들의 답변을 듣는 시간. 국회 구내방송은 회의속개시간 10분전부터 『회의가 속개되오니 의원여러분은 입장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을 고장난 축음기처럼 되풀이했다. 가까스로 정족수를 넘겨 시작된 하오의 본회의는 더욱 늘어진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밋밋한 표정으로 준비된 원고를 읽어가는 국무위원의 목소리는 의원들의 식곤증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이것이 바로 이번 국회의 모습이다.
13대의 마무리 국회답게 유종의 알찬 모습을 기대하고 있던 국민들의 관심과는 동떨어진 「파장」의 단면들이다.
우려대로 선거를 앞둔 마지막 국회의 폐습이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파장국회의 추한 모습은 단순히 회의장 분위기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질문자인 여당의 모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개발사업을 거론하면서 『저의 제안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만…』이라는 단서를 잊지 않았다. 야당의 모의원도 지난 12일 질문에 앞서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에게 보내는 인사말을 먼저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민의 대표라기보다는 지역대표로 전락하곤하는 우리 의회의 한계를 또다시 보여주는 현장들이다.
이밖에 여당의 일부 초선의원들은 야당 의원의 수위높은 질문에 원색적인 반격을 가함으로써 뒷줄의 고위당직자들로부터 점수를 따려 애쓰는듯한 모습도 보였다.
국회의원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의사당을 떠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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