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경원등 못얻어내/「개혁현장」 정보얻기 만족/경제분야등 앞으로 정책방향 관심거리지난 4일부터 중국을 공식방문했던 김일성 북한주석이 14일 10박11일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함에 따라 그의 「방중보따리」의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북·중 양국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않은채 중요한 방중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을 하지않고 있다. 또 양국의 언론보도도 극히 제한적이고 단편적인 것이어서 현재로서는 현지의 소식통과 외신보도 등을 통해 김의 방중결과를 추론해볼 수 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의 이번 방중은 김에게 뚜렷한 성과는 안겨주지 못했지만 광범위한 「선택의 가능성과 기회」는 마련해준 것으로 분석된다.
즉,북한이 정치·외교·경제·군사적인 면에서 중국에게 바랐던 문제는 어느 하나 제대로 충족된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등소평 강택민 이붕 등 중국의 최고위층과 연쇄회동하고 중국의 각 지역을 1주일여동안 두루 살펴보면서 향후 정책방향의 결정에 필요한 갖가지 정보와 견문을 얻었으리라는 것이다.
김일성이 방중결과를 토대로 기존체제의 수구로 결론을 내릴지,아니면 북한 사회를 개방과 개혁으로 유도할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중국이 원하는 방향이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라는 사실만은 분명히 전달됐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김의 이번 방중은 북한이 처해있는 정치·경제·외교·군사적 어려움에서 비롯되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중에서도 북한이 가장 중점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분야는 경제와 군사(핵) 분야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홍콩의 친중국계 신문인 대공보가 지난 13일 『김일성의 이번 중국방문은 북·중간의 경제협력문제를 깊이 토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하는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소련의 대변혁이후 사실상 대외경제의 동맥을 절단당한 북한은 지난 5일 이 중국총리와의 회담에서 식량과 에너지지원 문제를 중점 거론함으로써 경제적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비해 중국측은 「매년 증가하는 인구문제」 「극심한 수해」 등을 이유로 제한적인 지원의사만 표명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중국당국은 이와함께 「북한 스스로의 개방과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변혁을 충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국제적인 압력을 받고 있는 핵개발문제는 중국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즉,김일성은 양상곤 중국 국가주석과의 지난 6일 회담 등에서 이 문제를 제기,자신들의 핵개발에 대한 중국의 「이해」를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대해 중국측은 「남북한 모두의 핵보유반대」 입장을 전달함으로써 사실상 북한의 핵무기개발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중국의 견해는 김이 북경에 머무르고 있던 지난 4일 중국외상 전기침이 빈에서 『중국은 남·북한 어느쪽에도 핵무기가 존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함으로써 확인됐다.
외교 분야에서 한·중수교 문제는 김일성이 「최대한 연기」 또는 「북·일,북·미 관계개선과의 보조」를 주장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문제는 지난 5일 강택민 당총서기와의 회담내용에 들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됐으나 일체 대외적으로 거론되지 않음으로써 북·중 양측의 이견이 적지않았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관련,일부 외신과 우리 관계당국은 『중국측이 「그것은 우리나라의 문제」라는 말로 완곡히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사부문에 있어서도 중국측은 강 당총서기가 김의 방중기간인 지난 8일 『중국과 북한은 동맹관계가 아니다』고 말함으로써 북한측을 서운하게 했다.
이와달리 정치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강 총서기의 입을 빌어 북한의 고려연방제 주장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 함으로써 김일성에게 선물을 안겨주었다. 강은 그러나 이에 덧붙여 『한반도통일은 남북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이뤄야한다』 『제4차 고위급회담의 성과를 희망한다』고 밝혀 북한의 시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김의 방중결과에 대해 우리 정부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긍정적인 견해를 제시하면서 오는 22일부터의 남북 고위급회담 결과에 주복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김이 방중기간 정치·외교·군사적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스스로의 변화필요성을 절감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이 북한의 경제개방을 통한 자립을 권하고 김일성이 중국의 경제개방지역을 직접 살펴본 점 등에 비춰보면 경제분야에 있어서의 북한의 정책변화 여부가 관심거리』라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중국은 이번 김의 방문을 통해 남북간 등거리외교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해석했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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