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신문을 펼쳐들면 때아니게 지방붐이라도 일어난 느낌이다. 엄청나게 늘어난 지방뉴스의 면수도 그렇지만 신문마다 ○○취재본부,××취재본부하여 지역 구석구석에 전에 없는 취재인원도 동원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조만간 우리의 지방들은 적어도 신문속에선 속속들이 파헤쳐져 우리들 관심의 복판으로 등장할 모양이다.이런 때아닌 것 같은 현상은 정확히 신문이 우리 신문사상 처음으로 지방에 현지공장을 세우고 이른바 동시인쇄라는 것을 시작한 이후에 나타난 것이다. 그전이라고 신문이 지방을 잊어버리고 지내온 것은 아니지만 동시인쇄의 취지가 서울과 지방의 뉴스격차를 줄여주자는데서 나온 것이니 「지방에도 서울만큼의」 취재노력을 쏟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 거창한 이유를 동원하자면 우리는 우리지방의 잠재력에 더 많은 눈을 돌려야 하고 우리 일상의 중심을 더 다원화시킬 필요가 있으며 그래서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가 온통 너나할것 없이 벽을 허물고 거대한 권역으로 재편되어가는 마당에 이제 더이상 서울과 지방을 나눠서 보고,생각하는 종래의 사고에서 신문부터라도 벗어나 보자는 뜻도 담겨있다.
우리는 「만사중앙」식의 중앙집중에 치여 살아온 우리지방의 모습을 잘알고 있다. 도로나 건물 등 외형적인 성장에 관계없이 그곳을 지배하고 있는 제도나 의식은 늘 그대로이고 이것은 지방자치를 한다는 지금에 와서도 별로 나아질 기미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지방화시책이란 것은 근 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64년 건설부가 마련한 「대도시 인구집중방지책」을 시작으로 가까이는 지난해의 11개 청급기관 대전이전 계획 등 그간 공장이나 대학 등의 신·증설 억제,기존공장시설,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꾸준히 계속되었지만 이 격차현상을 별로 완화해주지 못했다. 예를들어 1985년 서울을 비롯한 6개도시의 인구는 1천8백34만이던 것이 1990년에는 2천68만으로 12.7% 증가(전국은 4천45만에서 4천3백52만으로 7.6%)했으나 9개도의 인구는 2천2백10만에서 2천2백84만으로 불과 3.3%의 증가,그나마 경기·제주·경남·충북을 제외하고는 모두 감소현상을 나타냈다. 여기에 이미 41.5%나 차지하고 있는 서울·수도권의 인구비율이 2000년에는 46.8%,다시 2020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방화는 결코 모양으로나 이름뿐인 눈가림시책만으로 더이상 갈 수 없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할 것이 다원화,다양화이고 그것이 하나의 중심이 아닌 여러개의 핵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제도라면 지금과 같은 중앙과 지방의 관계는 당연히 벗어나게 하는 것이 옳다. 그것은 민주화를 정권의 최대의 목표로 내세운 6공에겐 더 없이 명분있는 시책이 될 것이며 거대한 지방이동의 대캠페인의 기초가 그 임기내에 태동된다면 더 할수없는 의미를 추가하게 될 것이다. 신문마저 더이상 지방과 중앙의 격차를 방치할 수 없게된 상황임을 알고 엄청난 투자가 소요되는 현지공장을 건립해야 했던 것처럼 정부도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과감한 제도개혁,결단있는 정책시행으로 지방화,지방육성을 선도해 나가야할 때가 온 것이다. 그것은 균형발전이라는 외적인 측면,다원화의 촉진이라는 내적인 측면을 떠나 이미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수도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더 많은 기관,더 많은 기업이 지방을 찾아갈 수 있도록 정부는 바탕을 마련해주어야 하고 각종 행사,세미나 등 속까지도 지방에 돌려 지방화의 의지를 먼저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분당과 같은 집단거주지가 수도권이 아닌 지방화를 유도할 수 있는 지역에 선정돼야 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어느 정치학자는 지방화의 요체중의 하나인 지방정치 활성화는 중앙집권적 권력정치에 대치하는 정치엘리트의 분산,지방유력인사의 정치적 동원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다음 요건들이 충족될때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첫째 사회적으로 공헌,공직에서 은퇴했거나 지도급 인사들이 고향으로 내려가야 하고 둘째 도농의 사회적 차별대우가 크게 없도록 정치환경이 조성돼야 하며 셋째 지방중심의 정치활동이 가능하도록 정당법,정치자금법 등 제도적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 등이다.
여기서 눈여겨지는 대목은 「내 고향으로」. 그것은 지방화에 대한 지방 스스로의 노력을 강조한 대목이기도하며 우리의 고질적인 지역주의와는 구별되는,중앙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지방자신의 대캠페인의 뜻으로 해석돼야할 것이다.
우리는 민주화·다원화에서 우리보다 앞선 많은 나라에서 수도못지 않는 대도시 혹은 중요도시를 흔히 보았고 발전,선진이란 것이 어느 커다란 도시의 규모나 현란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 소도시,농촌,탄광 깊숙히 배어있다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그래서 중앙과 지방의 격차완화란 단시간내에 이룰수 있는 수월한 작업이 결코 아님을 잘알고 있다. 하지만 확고한 정책방향을 세우고 장기적인 이 사업의 첫 기틀을 마련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6공은 이제 1년여의 시한을 남기고 있다. 나름대로 치적이란 것도 생각해야할 시점이고 마무리란 것에 대해서도 유념해야할 때인 것 같다. 페레스트로이카란 대혁명의 부산물이긴 하지만 북방정책의 성공을 꼽지 않을수 없고 대내적으로 민주화,지방자치를 들지않을 수 없다. 이것은 착실히 그 기초가 자리잡힌다면 경제성장이니 물가니 하는 3공,5공의 이른바 치적과는 차원을 달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지방화는 민주화,지방자치의 동의어이다. 여기에는 균형과 발전이라는 우리 과제의 방향이 있고 진정한 화합의 길이있다. 신문만이 해서 될 일도,해야할 일도 물론 아니다. 정부,기업,학교,지방 스스로 등 모두가 함께 생각할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편집인·상무>편집인·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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