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경찰서 강력1반 사무실에는 14일 하루종일 분노한 시민들의 전화가 줄을 이었다.곡예소녀 사건을 수사한 이종식반장(46·경위)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사건을 해결하고 나면 기분이 후련한 법인데 이번만은 영 개운치 않다』고 말했다. 사무실 한구석에 천진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심주희양(11)과 눈길이 마주칠때마다 구속된 심동선씨(58)와 같은 「어른」이라는 점 때문에 부끄럽다는 것.
이 반장의 강력1반팀은 실종된 대구 개구리잡이 소년들에 대한 소재수사를 하던도중 지난 12일 새벽 전화제보를 받았다.
급히 서울시내 모의류 공장에 숨어있는 주희양을 찾아냈을때만 해도 형사들은 별로 큰 사건이 되리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취학전 어린아이처럼 보인 주희양이 사실은 11살이었고 그것도 제대로 크지 않도록 잠을 안재우고 밥도 새모이만큼 주며 원숭이처럼 사육한 결과라는 것을 알고는 분노가 치밀었다.
심씨가 호적을 들고 나와 『내딸』이라고 주장하다 『그러면 친자확인을 해보자」는 말에 『사실은 외손녀인데 내딸이 미혼모라 할수없이 입적시켰다』고 계속 둘러댔다.
그러나 한을 품은 표정으로 또박또박 「사실」을 밝히는 주희양 앞에서 심씨는 더이상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이날 하오 형사들은 심씨의 집에서 학대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했다. 2층 옥상에 지어진 1.5평짜리 주희양의 「큰 개집」은 커다란 정원수로 이웃들이 전혀 볼수없게 가려져 있었으며 지하실에는 온갖 곡예기구가 몽둥이와 함께 형틀처럼 놓여있었다.
형사들이 완전히 혐의를 확인한 뒤에도 심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손버릇이 나쁜 아이에게 부모가 매질도 못하느냐』 『주희는 원래 잘자라지 않는 체질이다』 『나는 개를 좋아해 3마리를 키우고 있을뿐 탈출을 막기위한 것은 아니다』며 끝까지 발뺌을 해댔다.
주희양은 형사들이 주머니를 털어 사주는 밥을 「난생처음 마음대로 먹고」는 신문에난 자신의 사진을 신기한듯 들여다 보아 형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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