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상한 19곳 포함 21구 증설추진/민자/표면적 반대속 호남·경기분구 탐색/민주다가올 14대 총선이 정치행사 이상으로 의미가 지대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정치권내부,특히 정치지망생들의 개별적 관심은 이보다는 오히려 분·증구될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조정에 더욱 쏠려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여야 등 각 정치세력들도 13대 국회를 계기로 뚜렷하게 차별되는 지지기반을 십분 의식,각 지역에 대한 선거구조정에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정치적 동기들과는 전혀 별개로 선거구조정이 갖기 마련인 속성,즉 정파간 「타협성」을 주시하면서 정치권 스스로의 「밥그룻 늘리기」라는 측면에 부정적 시선이 상존하고 있음도 무시할 수 없다. 여야가 선거구조정에 대해 각기 입장을 밝히고 상호반응탐색에 열을 올리는 것은 앞으로 전개될 선거법협상을 다분히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선거구획정이 가질 수 있는 담합적 성격에 대해 쏟아질 여론의 눈치를 살펴야만 하는 속사정도 있다.
○선거구협상의 속성
선거법협상에서 분·증구 등 선거구획정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는 항상 명분과 정치이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때문에 정치권은 항상 명분을 내세우며 협상을 시작하지만 각 정파의 첨예한 이해대립으로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신이나 5·17 등 정변직후의 선거법 개정이나 지난 88년 13대 총선직전 여당의 단독강행처리 등은 선거구에 대한 정치적 타협이 그 만큼 쉽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선거법 협상에서도 정치권이 내세우는 주요 명분은 표의 「등가성」 실현. 현재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는 48만4천명의 서울 도봉. 이에 반해 전국 옥구의 경우는 도봉의 7분의 1 수준인 7만2천명.
최소인구 선거구의 1표는 최다선거구 7표와 맞먹게 된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을 고려할 때 반드시 표의 완벽한 「등가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할 수는 없으나 지나친 인구편차는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실제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선거구의 인구편차가 3대 1을 넘을 경우 위헌이라는 판결이 이미 내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명분이고 선거구획정이 지니고 있는 이해를 감안하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민자당안이 지나치게 자신들의 우세지역에 분·증구를 편중시켜 놓았다는게 야당측의 주장이다.
이에대해 민주당은 아예 분·증구를 하지 말자며 원천부정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분·증구가 되면 의석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정치권에는 큰 부담이 된다. 가뜩이나 정치권을 시덥지 않게 보는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의원수가 느는것을 달가워 할리가 없다.
이 때문에 정치권 스스로가 정치불신여론을 더욱 의식해야만 하고 전국구의석 축소라는 고육책을 택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구 축소는 정치현실상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협상의 전도가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민자의 입장
민자당은 일단 인구 30만명을 상한선으로 해 선거구를 분구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의하면 분구 대상지역은 ▲서울의 구로 도봉 송파 ▲부산의 동래 사하 금정 ▲대구의 동구 수성 달서 북구 ▲광주의 북구 ▲인천의 남동 북구 ▲경기의 과천·의왕·군포·시흥 수원 부천 광명 ▲경북의 포항 ▲경남의 창원 등 19곳이다. 여기에 행정 구역이 신설된 부산 강서와 대전 대덕을 포함하면 분·증구 선거구는 모두 21곳이 된다.
민자당이 야당의 반대를 충분히 알면서도 선거구 증설에 나서는 이유는 우선 넘치는 지역구 수요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즉 3당합당과 정권이양기라는 요인에 의해 정치 지망생들은 크게 늘어난 반면 이를 수용해낼 지역구수는 한정 돼있다는 것이 선거구증설 필요성 제기의 내적 동기로 파악된다.
또한 민자당은 야권통합으로 수도권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기 때문에 강세지역인 영남지역의 지역구를 늘릴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자당은 이번 선거법 협상에서 표의 등가성이란 명분을 무기로 증·분구를 강력히 밀어붙일 태세이다. 특히 민자당은 증·분구가 영남에 치중해있다는 민주당의 반대이유에 대해 『통합야당으로 지역성을 벗어났다면서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냐』는 논리로 야당을 공격하려 하고 있다.
민자당은 그러나 선거법 협상이 지니고 있는 특성때문에 일방적 힘의 우위를 십분 활용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만 한다. 특히 협상결렬로 선거법을 단독강행처리할 경우 곧이어 있게될 총선에서 감표요인이 된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때문에 민자당은 당초 개정안에 포함시키려던 충북 보은·옥천·영동과 경남 충무·통영·고성의 분구를 유보,야당과의 협상과정에서 카드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워놓는 등 협상에 대비한 복안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의 대응
분·증구에 대한 민주당의 표면적인 기본입장은 「반대」라고 명시돼 있다. 이같은 입장은 그러나 선거구 증설에 필연적으로 수반되게 마련인 정치권 외부의 비판적 시각을 의식한 야당 특유의 명분론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 어렵지 않게 가능해진다.
분구추진의 주체를 민자당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여론의 화살에 대한 방패막이를 일단 설정하려는 의도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민자당이 제시한 분구안에 제동을 걸어 내심 희망하고 있는 분구지역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협상전략의 일환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민주당이 대여협상에 대비해 나름대로의 분구안을 독자적으로 검토한 사실이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주고 있다. 물론 민주당은 이를 협상의 상대성을 의식한 유사시의 대비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협상용 분구안에 의하면 인구 30만명을 상한선으로 할 경우 ▲서울의 구로 도봉 송파 관악 노원 ▲부산의 동래 사하 북구 ▲대구의 수성 달서 동북구 ▲인천의 남동 북구 ▲광주의 북구 ▲경기의 수원 부천 광명 ▲경북의 포항 ▲경남의 창원 등이 대상이 된다.
이와함께 전북의 무주·진안·장수등지를 행정구역 과밀에 따른 우선 분구지역으로 꼽고있다. 또한 전남의 화순·곡성과 구례·승주를 인구변동을 들어 화순과 구례·곡성 및 승주로 3분하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이같은 민주당안은 민자당에 비해 서울지역과 호남지역의 분구대상을 늘려잡고 있는것이 특색이다. 이는 자신에 유리한 전략지역을 하나라도 확보하려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협상 전망
선거구획정은 선거법 협상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서기 때문에 전망을 점치기는 매우 어렵다.
선거구획정이 최종적으로 어떤 모양을 갖출 것인가는 물론이고 이번 회기에 타결될지 여부조차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내년초 별도 임시국회소집이 불가피 하지만,이 임시국회에서도 여야타협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못하면 변칙처리될 수 밖에 없다.
설사 여야간 합의처리의 모양새를 갖추는데 성공한다해도 고도의 정치협상이 선거구획정인 점을 감안하면 여야합작에 의한 게리맨더링식 선거구가 출현하지말라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민자당안중에 협상 가능성을 고려해 일부러 빼놓은 지역이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협상의 진척에 따라 좀더 많은 지역이 대상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관련,정가에서는 여야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분구지역을 「주고 받기」식으로 교환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충북 보은·옥천·영동이나 전북 무주·진안·장수 등이 협상끝에 결국은 분구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때문에 협상은 철저히 막후로 진행될 수 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해당의원들의 개발로비 또한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협상에 시선이 집중되는 소이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고,여야가 국민에게 내놓을 「물건」을 예의 주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조재용·정광철기자>조재용·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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