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비용” 단체장 연기론/민자/“현행 임명제아래 대선 저의”/민주정원식 국무총리가 10일 국회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내년 4개 선거일정의 후유증을 우려하며 장기적으로 선거일정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총리실은 11일 즉각 정 총리의 진의와 발언문맥이 잘못 전달되었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연기하려는 의도에서 계획적으로 발설된 것이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반면 민자당 등 여권관계자들은 『총리가 원칙적 입장을 말한 것이지 여권내 어떤 기류를 대변한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내년의 잇단 선거에 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들어 정 총리 발언에 동조하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는게 사실이다.
실제 그동안 여권내에서는 산발적이나마 선거횟수를 줄이거나 일부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않았다. 이같은 주장의 배경엔 내년말의 대권게임에 미칠 대소선거의 영향을 저울질하는 여야의 정략적 계산이 놓여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동토선거를 피하며 내년 6월말까지 자치단체장선거를 치르도록 규정된 관계법에 따라 내년 3월부터 6월 사이에 3차례의 전국적 선거를 실시할 경우 예상되는 국가적 비용에 대한 우려 역시 적지않은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게 사실.
또 지자제실시라는 국민적 대세에 밀려 비록 공개적 형태를 띠진 못했지만 내년의 선거일정이 지나치게 정치권만의 이해를 앞세워 결정된 것이라는 비판의 소리도 제기되곤 했다.
때문에 정 총리의 국회답변은 그 자체로 여야간 정치쟁점을 제공하는 것과 함께 잇단 선거와 관련한 사회적 비용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측면도 지니고 있다.
○…우선 정 총리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은 정 총리가 연쇄선거의 후유증을 우려하면서 곧바로 「장기적 관점에서 일정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대목이다.
총리실은 『정순덕의원이 지방의회와 단체장선거를 통합하는 등의 문제를 「장기적 안목」이란 전제위에서 제기한만큼 총리도 「장기적 관점에서」 답변한 것』이라며 『이것을 내년 선거일정과 연관시킨 것은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총리실은 또 내년 정치일정의 구체화를 요구하는 조세형의원 등의 질문에 정 총리가 『정치권의 입장과 선거관리라는 측면을 고려,법테두리(92년 6월30일까지 자치단체장선거) 내에서 결정될 것이며 이에 따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오히려 정 총리는 내년 선거일정에 관한한 정치권 합의와 관계법을 존중,정부가 충실히 뒷받침 하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과 달리 여야는 정 총리가 국회답변이란 자리에서 민감한 정치사안에 대해 「장기적」이라는 등 다소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재검토 입장을 밝힌게 예사롭지 않다는 것.
특히 여권내에서조차 『내년에 과연 자치단체장선거를 예정대로 치를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계속돼왔던 저간의 사정을 감안할때 『정부가 일부 선거를 연기하는 방침을 세운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정부측의 부인에도 불구,민주당이 『여권이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대통령선거 이후로 연기함으로써 대통령선거를 현정권이 임명한 자치단체장 아래서 치르기 위한 저의에서 나온것으로 본다』고 비난하고 나선것은 이런 의문에서 비롯된다.
민주당은 또 『사회경제적 비용이 문제라면 지난번 지방의회선거때 자치단체장선거를 동시에 실시해야 했을 것』이라며 내년봄 총선 및 광역·기초단체장의 동시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측은 대선에 앞선 총선 등 3개 선거가 성격이나 실시방법이 크게 달라 동시선거는 선거관리의 기술적 측면에서도 어렵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바 있다.
이와관련,적지않은 여권인사들은 정순덕의원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쳤듯이 『최소한 기초단체장선거만이라도 6공 이후로 미뤄야되는 것 아니냐』며 이에대한 야당과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보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처럼 선거일정 문제는 ▲대권경쟁을 겨냥한 여야의 당략적이해 ▲정부의 선거관리능력 ▲여권내부의 후보구도 ▲사회경제적 비용 등과 복합적으로 맞물려있어 이를 둘러싼 여야의 씨름이 간단치않게 전개될 전망이다.
정 총리의 발언은 진의여부와 관계없이 이같은 여야의 신경전에 불씨를 지핀 것으로 볼수 있다. 특히 민자당 당직자들이 『당정간에 내년 선거일정을 본격 거론한바 없다』며 「법테두리내 실시」만을 강조할뿐 딱 부러진 부정을 피하고 있는 대목은 정치일정 재검토의 여지를 남긴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와함께 민자당 일각에서는 『정부가 기왕에 객관적 국정운영 차원에서 잇단 선거가 국가적 비용과 사회적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해명에 급급하기보다 이를 공론화시킬 의지도 가져야 한다』고 말해 관심을 끌고 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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