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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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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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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스캔들이 신문지면을 장식할때마다 연상되는 인물이 있다. 유한양행의 창업주인 고 유일한씨다. 작고한지 20년이 되는 그가 중앙대 경영대학으로부터 지난 9일 그들이 새로 만든 「참 경영인상」의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일한씨는 일제가 한창 기세를 떨치던 26년 유한양행을 창업했던 원로 기업인 중의 원로기업인. 창업이전에 그는 구한말 아홉살에 귀국하는 미 선교사에 딸려 미국으로 보내져 그곳에서 대학(미시간대)을 마친뒤 동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제너럴 일렉트릭사에 입사했고 이어 식품회사를 창업,숙주나물 통조림으로 첫 거금을 모은다. ◆그가 오늘날에 평가를 받는것은 개척적인 발자취보다는 어느누구보다 「자본과 경영의 분리」 「부의 사회적 환원」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오늘날 기업에 요구되는 공리적 과제를 스스로 철저히 실천했다는데 있다. 그는 유한양행 주식을 포함한 모든 재산은 생전과 사후에 유한재단,유한학원,연세대,보건장학회,서울대 약대,유한사우 공제회 등 공익기관에 기증했다. 이 비영리법인들이 유한양행의 대주주들이다. ◆유일한씨는 혈육으로 유일선·유재라씨 남매가 있었으나 71년 작고할때 아들 유일선씨에게는 한푼의 유산도 남겨주지 않았고 딸 유재라씨에게는 유한중고 구내에 있는 묘소와 그 주변대지 5천평을 물려줬다. 유재라씨가 2백억원대로 고가가 된 이 유산을 지난 3월 작고하면서 유한재단에 희사했다. 미국에서 변호사로 있는 유일선씨에게는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 자립해서 살아가라』는 말만 남겼다는 것이다. 일선씨는 한때 유한양행에 부사장으로 관여했었으나 아버지와의 불화로 미국으로 되돌아갔다는 것. ◆유일한씨는 정치자금 제공을 거부,3공 초기인 63년 국세청의 호된 세무사찰을 받았으나 탈세가 적발되지 않자 오히려 우량납세기업체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기업을 일찍이 공개하면서 물타기 등을 거부한 「양심」이기도 했다. 이 땅에 유일한 시대가 올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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