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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범죄전쟁/신윤석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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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범죄전쟁/신윤석 사회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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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대통령의 「10·13 새질서·새생활실천」 특별선언 1주년을 맞는 경찰청의 표정은 밝지않다.며칠 밤을 새우며 지난 한햇동안의 각종 통계자료를 모아 분석한 경찰청은 『전쟁선포전에 비해 살인·강간·강도·절도·폭력 등 5대범죄 발생이 2.7% 감소하고 검거는 7.4% 늘었으므로 10.1%의 전과를 올린 셈』이라고 애써 실적을 내세우고 있다.

해마다 증가하는 범죄발생 추세와 열악한 근무여건 등을 감안할 때 대단한 성과라고 자평하면서도 경찰은 시무룩하고 조심스런 표정이다. 대범죄전쟁 수행의 주역이었다는 자긍심에다 경찰청 발족이후 처음 맞는 경찰의 날(21일) 잔치준비까지 겹쳤으나 흥겨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우선은 경찰이 내놓은 평가서도 인정하고 있듯이 10.1%라는 숫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체감치안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부녀자연쇄 피살사건,이형호군 유괴살인사건,대구 다섯어린이 실종사건 등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사건들이 영구미제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을 제쳐두고도 전쟁선포때 내걸었던 「범죄의 불안없는 사회」는 쑥스러운 구호가 됐다.

그러나 경찰을 착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범죄와의 전쟁이 이미 「잊혀진 전쟁」이 돼버린 것이 아니냐는 허탈감인 것 같다.

범 정부적 범죄소탕 의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경찰만의 외로운 「정글전」으로 한정돼 버렸고,정치·경제의 실정으로 국민들은 범죄와의 전쟁이 진행중인지 조차 잊게 됐다는 것이다.

한 경찰간부는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 불안해 하는 사람들에게 도둑놈을 잡아줄테니 협조해 달라고 하면 먹혀 들겠느냐』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민생이 있어야 민생치안도 설 자리가 있는 법인데 경찰에게만 가시적 치안활동을 닦달하면 자연히 실적주의와 무리수만 낳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범죄정책은 사회정책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온 지난 8일의 경찰대학 세미나를 상기하며 범죄와의 전쟁이 또 하나의 「깜짝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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