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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선생님의 출근/잠근교문 아이들이 터줘(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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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선생님의 출근/잠근교문 아이들이 터줘(등대)

입력
199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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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아침 등교시간 훨씬전부터 서울 성동구 구의동 동의국교 앞에는 이 학교 6학년 3반 어린이 49명 모두가 나와 담임 김호정교사(36)의 출근을 기다렸다.전날저녁 아이들로부터 『우리선생님이 쫓겨났다』는 말을 들은 학부모 20여명과 동료교사 10여명도 굳은 표정으로 어린이들 주변에서 서성거렸다.

이윽고 8시40분께 김 교사가 평소와 같이 큼직한 가방을 들고 학교앞에 나타나자 어린이들은 일제히 준비했던 피켓을 쳐들었다. 「선생님 힘내세요」「선생님 사랑해요」

정문을 굳게 잠근채 김 교사의 출근을 저지하러 나와있던 수위 등 4명은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김 교사를 에워싸고 들어오는 바람에 맥없이 길을 틔워주었다.

교단에 선 김 교사는 어린 제자들의 마음이 고맙기도 하면서 이들에게 때이른 상처를 주었다는 서글픔 때문에 선뜻 수업을 시작할 수 없었다.

김 교사는 전날 직위해제를 통고받았다. 지난학기 교사들의 시국선언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전날 마지막 수업을 마치기직전 교장이 6학년 3반 교실에 들어와 김 교사를 교단옆으로 밀어내고 『새 담임선생님을 소개합니다』며 교무주임을 소개했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늦도록 복도 등에 남아있던 어린이들은 김 교사의 설득으로 집에 돌아갔으나 삼삼오오 연락,다시 모여 몇몇 집에서 밤새 피켓을 만들었다.

김 교사는 『징계를 해도 지난 여름방학중에 할줄 알았다』며 『도대체 학기중에 담임선생님을 갈이치운다는 것이 교육적 차원에서도 있을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김 교사는 어린이들에게 더이상 비교육적인 선생님의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이번 학기말까지만이라도 징계유보를 요청할 생각이지만 『결과는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이날 아침 교장실을 찾아 학기중의 징계조치에 항의했으나 『상부의 지시이므로 학교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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