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주식없애 자녀지분율 높여/현대·한진등 그룹들에 최근 일반화/작년 세법개정때 과세규정… 소급적용싸고 논란일듯재벌그룹 소유주들이 재산을 친인척에게 넘겨주면서 세금을 피하기 위해 「불균등감자」라는 새로운 탈세수법을 개발,재산의 사전상속 변칙증여의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불균등감자를 통한 변칙증여수법은 재벌그룹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으나 방법이 지능적이고 교묘하기 때문에 세무당국에서 커다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번 현대그룹을 비롯한 재벌그룹의 변칙적인 증여·상속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불균등감자를 통한 사전상속」이 널리 일반화돼 있음을 밝혀내고 이에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불균등감자란 기업이 자본금을 줄이는 과정에서 모든 주주들이 같은 비율로 감자를 하지않고 특정대주주가 주주권을 포기하거나 지분율을 줄여 자신의 주주권을 친인척 등 다른 주주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감자과정에서 기업의 재산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주주권을 포기하거나 지분을 줄인 대주주몫의 기업재산이 결과적으로 다른 주주몫으로 전환되어 사실상 사전상속이나 증여가 되는 것이다.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5백50억원의 증여세 및 법인세를 추징당한 한진그룹이 전형적인 감자수법을 통한 법칙증여사례로 꼽힌다.
한진그룹은 지난 89년 빌딩관리 및 임대업체인 정석기업의 자본금을 1백8억원에서 24억5천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감자전 주식지분은 조중훈회장 부부가 51%였고 나머지는 계열사인 한진관광과 조양호 대한항공부사장 등 5명의 자녀가 나눠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감자과정에서 한진관광 및 자녀들의 주식은 그대로 둔채 조 회장부부의 주식만을 소각시켜 지분을 51%에서 18%로 줄였다. 이에따라 자녀들은 주식수의 변동없이 지분율이 상승하는 반사적인 이익을 얻게된 것이다.
다시말해 정석기업의 자산이 1천억원이었다면 조 회장부부의 몫은 감자전 5백10억원에서 감자후에는 1백80억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조 회장 몫의 감소분 3백30억원은 주식을 넘겨주지도 않고 한진관광 및 자녀들에게 증여된 것이다.
현대그룹도 이와 비슷한 수법으로 정주영 명예회장 일가족 6명에게 2천1백63억원의 자본이득을 안겨줬다. 현대그룹은 지난 86년 11월 현대중공업에 현대종합제철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현대종합제철의 주식 1천1백79만9천주를 소각,감자를 실시하여 정 명예회장 일가족의 지분을 변동시켜 위장증여를 했다. 합병이후 현대중공업은 또다시 무상증자를 실시하여 정 명예회장 일가족이 2천억원을 넘는 자본이득을 안게된 것이다.
불균등감자를 증여세 회피수단으로 악용하는 재벌그룹들이 늘어나면서 85년부터 재무부는 과세대상이 된다고 유권해석 하기도 했다.
재무부는 그 이후에도 실질적인 재산의 증여가 없는데도 증여세를 부과할수 있느냐는 논란이 계속 빚어지자 지난해 세법개정때 이를 명문화시켰다.
법인이 특정주주의 주식 또는 지분을 대가를 지급하지 않거나 저렴한 대가로 감자하여 감자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에게 이익을 줄때는 의제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1월1일 이후 증여분부터 적용키로해 현대그룹을 비롯한 재벌기업의 감자수법 등을 통한 변칙증여는 세법개정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국세청이 이번 조사결과 증여세를 부과한다 하더라도 후에 개별기업들이 행정소송 등을 제기하면 도로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느긋해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당국자는 이같은 변칙주식거래가 분명히 사전상속 또는 증여의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임이 분명한 이상 이에대한 증여세부과는 당연한 것이며 이는 상속·증여세의 법정신과도 일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김주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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