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보다 미 SDI제동 겨냥/「공중핵」 포함 “핵우산 무력화” 의도/미·소 모두 「우위부문」 언급 안해 실질 군축까진 “험로”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6일 발표한 대대적 핵감축 계획은 10일전 부시 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단순화 화답이라는 측면을 넘어 「세계평화만들기」를 주도하겠다는 소련의 진정한 뜻을 세계에 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날 소련 관영TV와 타스통신을 통해 「핵무기가 없는 세계와 보다 안전하고 보다 안정된 평화」를 창조하기 위해 소련이 지상발사 전술 핵탄두와 핵폭탄은 물론 함정과 잠수함에 장착된 모든 전술핵도 제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로써 미소양국은 전술 핵무기에 관한한 기본적으로 협상을 통하지 않고도 폐기할 것을 합의한 셈이다. 다만 공중발사 전술핵은 미국이 유럽과 한국방위를 위해 일부 보존한다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 소련이 이의 제거를 위한 쌍무회담을 제안함으로써 논의의 여지가 남아있다.
미소양국의 전술 핵무기는 동구의 중립지대화로 사실상 유럽쪽에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올해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붕괴,소련과 나토국가에는 5백㎞의 중립지대가 생겨 단거리 전술핵은 쓸모가 없게 됐다.
폴·월포위츠 미 국무차관도 지난주 이같은 사실을 시인하면서 『필요없는 무기는 협상없이도 제거될 수 있으며 협상과정은 오히려 폐기절차만을 지연시킬뿐』이라고 말한바 있다.
따라서 이번 고르바초프의 제안중 획기적이라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전술핵 부분이 아니라 ▲지상 및 우주배치 시스템에 대한 공동조기 경보 체제개발 제안 ▲즉각적이고 일방적인 1년간 핵실험 중단선언 ▲지난 7월 START 합의사항인 전략핵탄두 6천개 제한을 하향조정한 5천개로 감축선언 등 실질적이고도 포괄적인 대미 제안부분이다.
소련은 지난 83년 로널드·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첨단 핵 미사일 요격파괴 체제를 우주상에 배치한다는 「스타워즈」 계획(SDI)에 강력 반대해왔다. 소련은 『SDI는 상대방의 핵공격에 쌍방이 무방비 상태가 돼야 보복공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선제공격을 할 수 없다는 소위 「핵공격 억지이론」의 근본개념을 무력화 시킨다』는 입장에서 이를 반대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SDI는 소련만이 아닌 제3세계가 핵미사일을 보유하는 거을 막는다는 「제한타격 세계방위」라는 개념을 내세워 소련을 설득하면서 이 계획을 축소한채 계속 추진해왔다.
따라서 소련은 이번 제의에서 SDI계획을 공동개발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도록 「1년간 핵실험 중단」을 들고나와 미국측을 곤혹케하고 있다.
또한 핵실험 1년 중단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의 트라이던트 미사일 장착계획과 프랑스의 아데 전술 핵미사일 배치를 함께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은 미소의 핵감축 계획을 환영하면서도 내년부터 미국의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3척의 핵잠수함에 장착하는 계획을 계속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프랑스도 소련의 위협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대독 위협용인 아데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을 계속 추진하자 소련은 핵실험 중단을 들고나와 독일 등 국제적 반대여론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고르바초프 제안 가운데 부시의 선언을 넘어선 부분이 전략 핵무기 감축 내용이다. 소련은 지상발사 대륙간 탄도탄(ICBM)에서 미국보다 앞서있고 미국은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부분에서 우위에 있다. 고르바초프와 부시는 그들의 핵감축 제안에서 자신들이 우위에 있는 부분을 언급치 않음으로써 논란의 소지를 남겨놓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번 지상배치 전략 미사일에 관해 START협정에 따라 폐기될 예정인 ICBM을 비상 대기상태에서 해제하고 소련도 전략미사일 배치를 위수부대에 한정토록 요구했었다.
이에대해 고르바초프는 1백34개의 다탄두 핵미사일을 포함,5백3기의 ICBM을 비상대기에서 해제하고 더 나아가 전략핵탄두 5천개 감축과 그 밖의 전략공격 무기의 추가 50% 감축을 위한 회담을 제의해 핵감축에 관한 이니셔티브를 잡고자 하는 뜻을 명백히 했다.
이번의 고르바초프 제안으로 핵감축 문제에 대한 공은 또다시 미국과 서방으로 넘어간 셈이다. 서방측은 이번 고르바초프의 제안에 대해 거의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서방은 소련이 당장 이번 겨울을 나기도 힘들 정도의 경제난으로 미국과의 무기개발 경쟁을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 생색을 내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선진공업 7개국(G7)에서는 소련의 경제정책뿐 아니라 핵감축정책의 추이를 보아가면서 경제원조액을 결정할 심산이다. 따라서 이번 소련제의중 서방측이 우려하는 모든 전략무기의 단일 통제체제 구축과 육군 병력 70만 감축 등의 항목이 추가된 것으로 보고있다.
고르바초프의 제안 가운데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곤란한 부분이 이미 유럽과 한국 등의 방위를 위한 공중발사 전술핵 제거를 위한 회담 제안이다.
소련측은 항공기 탑재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기지에 보관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렇게 되면 결국 철폐와 다름없기 때문에 미국의 나토와 일본·한국 등 우방에 대한 핵우산 제공약속에 금이 갈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프랑스 등 서방측이 지상배치 전술 핵무기가 제거된후에야 공중 전폭기 장착 핵폭탄 및 미사일을 제거한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대소 협상에 걸림돌이 될수 밖에 없다.
미소의 잇단 핵감축 제안에도 불구하고 양국간에는 이같은 복잡한 문제가 산적해있기 때문에 양국이 내세운 「세계평화를 위한 획기적인 진전」으로 나타나기에는 앞으로도 숱한 난관이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의 고르바초프의 선언후 그와 전화통화를 하고나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세 정상회담이 열리려면 앞으로 「상당한」 사전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때마침 군축문제 협의차 방소중인 레지널드·바돌로뮤 미 국무차관도 보리스·판킨 소 외무장관을 만나 이같은 어려운 입장을 전달했을 것이다.
지금은 미소간의 공방처럼 보이는 핵감축선언이 영·불·중 등 핵강대국과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제3세계 핵보유국 및 핵개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려면 앞으로 미소가 상대적 우위에 있는 부분까지 감축을 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는한 미소간의 「핵감축경쟁」은 결국 「패권을 유지하려는 강대국의 음모」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남영진기자>남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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