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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중심국 복귀 주변국 경계(독일통일 1주년:3·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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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중심국 복귀 주변국 경계(독일통일 1주년:3·끝)

입력
1991.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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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유착 미주도 신질서 견제/유고·발트사태 개입 독자행보【강병태=베를린특파원】 독일은 통일과 함께 일거에 유럽의 중심,세계무대의 완전한 주역으로 복귀했다. 지난 1년간 세계는 이 독일의 위상변화가 유럽의 정치지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여실히 목격해 왔다.

독일통일의 의미는 동서분단과 냉전적 대결의 종식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곳에 있다. 『유럽질서가 45년만에 2차대전 직후로 되돌아 왔다』는 규정보다는 독일통일의 유럽정치 지도를 나폴레옹 전쟁후의 빈(Wien)회의 체제에 비유하는 시각이 오히려 통찰력을 던져준다.

승전국 프러시아의 통일을 영국 러시아 오스트리아가 패전국 프랑스와 합세해 봉쇄한,이른바 「1+4」 구도를 상기시키고 있다. 달라진것은 오스트리아 대신 미국이 들어섰고,러시아후계 소련이 독일쪽에서 독일이 냉전의 진정한 승전국이 된데 있다.

이 새로운 유럽의 정치구도의 핵심은 독일이 다시 유럽의 심장부를 장악한 사실이다. 겐셔 독일 외무장관은 『유럽의 중심은 독일로 옮겨졌고,다른 서유럽 국가들은 모두 변방이 됐다』고 공언했었다.

지난 1년간 이 새로운 유럽질서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독일통일을 결단한 소련과 독일의 유착이다. 70년대 이미 소련의 위협감소를 간파,동방정책으로 동쪽의 정치·경제적 신지평 개척에 나섰던 독일은 서방 각국이 소련의 잔존위협과 투자위험론을 외치고 있는 와중에 6백50억마르크의 엄청난 지원으로 소련의 광대한 잠재력을 개발하고 있다.

이 독­소 유착이 향후 국제질서에 미칠영향은 서유럽국들이 1차대전직후 독일의 자본,기술과 소련의 원유 등 자원을 한데 묶으려 했던 라팔로 비밀협약의 충격을 상기하고 있는데서 유추할 수 있다.

독­소 유착은 유럽의 안보질서에도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냉전시대서 유럽안보의 축인 나토(NATO)는 외형상 독일의 잔류로 존속하고 있으나,동쪽 전선은 이미 와해됐다. 소련이 통일직전 독일의 나토 잔류를 양해한데는 나토의 군사동맹 탈색을 추구한다는 독일의 밀약이 전제된 것으로 분석됐었다.

실제 독일은 통일후 소련을 겨냥한 독일내 핵무기의 철수를 끈질기게 추진했고,결국 미국은 유럽주둔 단거리 핵의 전면철수를 선언했다.

유럽의 세력균형과 세계 주도권 유지를 위해 독일을 분단하고 서독을 서방동맹에 묶어 두었던 미국은 걸프전을 통해 독일의 서방동맹 잔류의지를 시험하며 미국의 이른바 「신세계질서」 주도에 협조할것을 요구했다.

당시 미국과 독일 일본간에 빚어진 갈등을 워싱턴 포스트의 탁월한 논평가 짐·호글랜드는 『새시대의 세력다툼』이라고 명쾌하게 규정 했었다.

독일은 이 미국과의 대결에서 여지없이 밀려 「정치적 난쟁이」로 다시 전락,미국의 주도에 따르는듯 했다. 그러나 『그래도 독일은 독일의 길을 갈것』이라던 디차이트지 등의 선언은 걸프전과 「신국제질서」가 역사의 한 사건에 불과했음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그대로 실천되고 있다.

걸프사태 충격속에 자세를 낮췄던 독일은 과거의 지배권인 유고 발트3국 등의 문제와 관련,독자적 행보를 주저하지 않았다. 독일이 유고사태에서 슬로베니아공화국 등의 독립승인 움직임을 보이자 프랑스 등 서유럽이 일제히 「독일제국 재현 야심」을 외치며 경악했던 사실은 독일의 이 지역에 대한 잠재적 장악력을 확인시켰을 뿐이다.

발트3국을 포함한 동유럽은 역사적으로 독일의 경제권 속에서 생존해 왔다.

폴란드 체코 등은 독일에 대한 뿌리깊은 공포를 갖고 있으나 이들의 경제적 장래가 독일에 크게 달려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미 동방정책으로 이 지역에 많은 투자를 해온 독일과 경쟁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통일 전망이 대두됐을때 「10∼15년 연기」를 주장하고 나섰었다. 1870년이래 유럽의 최강국이었던 독일의 봉쇄와 분단을 원했던 이들의 세력균형적 이해관계는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군사적 위협의 대두를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랄 수 있지만,경제력이 국가간 경쟁의 요체인 지금 통일독일에 대한 공포는 과거보다 높은 것이 분명하다.

특히 프랑스는 공들여 이뤄온 서유럽 통합이 독일의 전유럽 통합구상으로 수포로 돌아가고,독일이 주둔하는 유럽질서에서 변방국으로 전락할것에 초조해 하고 있다.

그러나 슈피겔지는 지난해 통일 특집에서 『이제 독일을 막을 나라는 없다. 미래는 독일과 더불어 갈 뿐이다』고 호언했었다. 이 규정대로 독일은 미국 등의 견제를 제치고 서방국가가 아닌 독자적인 중부 유럽국가로 복귀했고,어느나라도 독일의 동쪽을 향한 행보를 저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통일 1년을 맞는 외부세계가 주목해야 할 것은 「20세기 최대의 사건」이란 규정대로 독일통일이 초래하고 있는 이같은 국제질서의 근본적 변화일것이다.

통일과 함께 고조되고 있는 독일 민족주의의 위험과 『통일독일은 세계의 도덕적 모범이 될것』이란 바이체커 대통령의 선언을 교량하는 것은 아직은 뒤로 미뤄져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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