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아침 일본신문에 실린 시사만화들은 일본 권력구조의 이중성을 신랄하게 비꼬았다.아시히(조일)신문은 끈떨어진 가이후(해부준수) 총리가 땅바닥에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희화적으로 그렸다. 천장위 보이지않는 곳에서 인형극을 연출하는 가네마루옹(다케시타파 회장·전부총리)이 주인공 가이후의 몸에 연결된 가는 끈들을 가위로 싹독 잘라 버린 것이다. 곤두박질치면서 『중대결심이란 중대결과였습니다』고 부르짖는 가이후의 얼굴표정이 처참하게 묘사돼 있다. 「고용총리」 「월급장이 총리」의 비극적 말로였다.
요미우리(독매)신문은 「그대 이름은」이란 인기 TV연속극에 빗대어 바람맞은 가이후를 묘사했다. 약속장소에서 애타게 애인(총리연임)을 기다리는 가이후 청년이 『그 사람은 언제 오느냐』고 묻지만 애인의 어머니(가네마루)는 『이젠 오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가네마루옹은 작년부터 가이후총리를 적극 감싸고 떠받쳐주어 3일까지도 그의 1기 연임은 기정사실처럼 굳어져 있었다. 몇몇 정치평론가들은 그의 재선가능성을 90%로 점칠 정도였다.
한순간에 가이후총리가 「끈 떨어진」 신세로 전락한 것은 정치개혁에 대한 그의 집념이 도를 지나친 때문이다. 금전정치 요정정치 흑막정치 흥정정치… 등 부정적인 표현이 총동원되다시피한 일본정치의 일그러진 모습을 돈 안쓰는 깨끗한 정치,정책대결로 국민신임을 묻는 진정한 의회정치로 바꾸어 보려 고군분투한 힘없는 총리 가이후. 그는 이번 친위쿠데타로 자신의 몸부림이 달걀로 바위부수기임을 깨닫게 됐다.
야당의 정치개혁에 반대하는 것은 1구1인제의 소선거구로 바뀌면 자민당후보와의 동반당선길이 막힌다는 현실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그러나 자민당 3개 파벌의 반대는 다분히 정략적이다. 온 국민이 환영할 정치개혁법안이 통과되면 이 법안에 정치생명을 걸었던 가이후총리의 업적으로 평가될 것이 틀림없다. 그것이 가이후 재선의 보증수표로 작용한다면 자파후보의 총재도전은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동상이몽이면서도 3파는 반가이후 연합전선을 구축한것이다.
극약요법이라도 써서 재임임기중 정치개혁을 이룩하려던 가이후는 국회해산이란 마지막 카드를 꺼낼수 밖에 없었다.
깨끗한 정치를 부르짖던 가이후의 자리에 앉으려는 후보들은 일본 최대의 정치스캔들(리쿠르트 사건)에 관련됐던 사람들이다. 거꾸로 가는 일본 정치판을 바라보면서 세계의 정치대국이 되겠다는 일본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읽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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