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에는 유럽선진국 중심이라는 비판도 있지만,문학외적인 「정치적 영향」도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정치적 영향」은 그러나 비판받을 수도 있고,또 그때문에 노벨문학상의 생명력을 빛나게 할수도 있다.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네이딘·고디마를 선정한 배경에 「정치적 배려」가 있으리라는 것은 손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철저한 인종차별 정책때문에 74년 유엔으로부터 쫓겨났던 남아프리카는 지난해 흑백분리법을 폐기하는 등으로 10수년만에 국제사회에 복귀하고 있다. 80년대말 세계사의 방향을 뒤바꾼 사건을 듣다면 동유럽공산권의 붕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구조 해체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올해의 노벨문학상을 남아프리카의 뛰어난 반체제작가에게 주기로 결정한 것은 적절한 「정치적 배려」라고 할수도 있다.
40여년동안 10편의 장편과,2백여편의 단편을 써낸 고디마는 『정치적 의미를 벗어날 수 없는』 남아프리카에서의 삶을 그 일관된 주제로 삼아왔다. 우리의 오랜 표현을 빌리자면 하나의 「참여문학」이라고 할수 있다. 고디마는 작품에 있어서 뿐만아니라,행동으로 인종차별구조에 반대해왔다. 만델라 등 흑인운동의 지도자들을 『나의 스승』이라 하고,법정에 나가 증언대에 서기도 했다. 「이방인들의 세계」 「가버린 부르좌의 세계」 「버거의 딸」 등 그의 작품은 남아프리카 정부당국에 의해 판매금지되기도 했다. 그의 끈질긴 현실비판정신과 함께,우리는 그가 출생에서부터 「소수파」에 속한다는 사실도 잊을 수 없다. 그는 노벨문학상사에서 25년만에 여섯번째로 수상하는 여성이자,부모가 모두 유대계라는 사실을 주목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문학은 단순한 「정치문학」이 아니라 『금세기 최고의 단편문학』이라는 평을 들을만큼 뛰어난 문학성을 깔고 있다. 그의 문학은 이미 프랑스 스코틀랜드 등의 문학상 수개를 받아 국제문단에서 높이 평가돼왔다. 그의 문학은 「외부적 고뇌」를 「내면적 고뇌」로 연결시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정치적 구조」안에 살고 있는 인간을 그려왔다. 그런 뜻에서 그의 문학은 단순한 참여문학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라고 할수 있다.
그의 『정치적 의미를 벗어날 수 없는』 사회에서의 삶은 이 땅에 살고있는 우리에게도 공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뛰어난 문학성은 새로운 시야를 시사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세계적 평가를 갈망한다면 고디마의 노벨상수상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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