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미국 탁구팀 15명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미중관계 정상화를 예고하는 첫 신호탄 이었다. 이즈음 리처드·닉슨 미국 대통령은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불러줌으로써 중국에 대해 호의를 표시했다. 그전에는 우리가 중공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레드 차이나라고 불렀던 것이다.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중공 대신 「중화인민공화국」으로 호칭한 것은 73년께였다. 당시 한국은 일본과 대륙붕 개발협정을 맺기 위해 협상을 하고 있었다. 황해쪽에 관련이 있는 중국을 향해 뜻이 있으면 협상에 동참하라고 권유할때 당시 김용식 외무장관이 처음으로 불러주었던 것이다.
닉슨 대통령을 본따 외교적 제스처를 담은 그 성명은 중국으로부터 아무런 호응을 받지 못했었다. 그러나 한중간의 관계가 개선되고 교류가 확대되면서 중공이란 호칭 대신 중국이 자주 쓰이게 되었고 지금은 중국이란 호칭이 아주 자연스럽게 들린다.
중국도 이제는 신화사통신까지 대한민국이란 호칭을 쓰고 있다. 전에는 북한이 하는 식대로 남조선이라고 써왔었다.
북한은 남북과 함께 유엔에 들어간 뒤에도 여전히 남조선이라고 부르고 있다. 연형묵 총리가 3일 유엔총회에서 한 연설을 보면 한국을 지칭하는 대목이 두번 나오는데 모두가 남조선으로 되어있다.
지난 9월24일 노태우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처음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호칭을 써서 깍듯이 예우를 했었다. 그래서 연 총리의 연설에서는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불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가닥 가졌었는데 결국 그 기대는 빗나가고 만 셈이다. 남쪽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불러주면 북쪽에서 「대한민국」이라고 화답하는 반응이 있어야 손발이 척척 맞아 통일에 대한 희망도 가져봄직한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실망밖에 남는게 없다.
실망을 안겨준 것은 연 총리의 연설뿐이 아니다. 그들이 주최하는 파티에 한국 외교관과 기자들을 초청도 하지 않았다는 보도는 정말 우리를 실망케 한다. 그들은 뉴욕에서 2일 연 총리 주최 리셉션과 3일 재미친북인사 주최 리셉션을 가졌는데 이 두자리에 남한측 사람을 초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남한측이 주최한 각종 연회에 북한 사람들을 초청했지만 그들은 오지 않았다. 남한의 초청에는 응하지도 않고 그들 행사에는 남한 사람들을 초청하지도 않는 걸 보면 분명히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과 상면 하는 것 조차 싫어하는 모양이다. 회원국들의 축하박수 속에 유엔에 함께 들어간 남북한이 공동으로 경축연을 마련하지는 못할 망정 이것이 무슨 꼴인가.
회원국들 보기에 창피하지도 않은가.
연회석에서 조차 같이 있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유엔단일 의석을 아무리 소리높여 외쳐본들 누가 믿으려고 하겠는가. 동시가입 축하연에서 조차 동석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통일을 부르짖어본들 누가 들으려고 하겠는가.
한국 텔레비전을 통해 소개된 북한 텔레비전의 유엔관계 뉴스와 좌담회를 보면 실망은 더 커진다. 「우리 공화국이 유엔에 가입했다」는 얘기만 나오고 남한이 가입했다는 말은 아예없다.
개방과 개혁을 외면하는 철저한 폐쇄성에 다시 한번 새삼스럽게 입이 벌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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