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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면 뭐든지…” 놀아난 기업들/청와대사칭 대출사기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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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면 뭐든지…” 놀아난 기업들/청와대사칭 대출사기 충격

입력
1991.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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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지정 오히려 영광으로 생각/보안유지각서 받는등 수법 대담2일 검찰에 적발된 「청와대사칭 특혜대출 사기사건」은 정부의 대출억제방침에 따라 기업들이 겪고있는 자금난을 교묘히 이용,대기업들을 농락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33개사에 달하는 유명기업인 등이 이들의 황당무계한 시나리오에 속아 부동산담보용 관계서류를 의심없이 건네주고 특혜를 받으려 했다.

이들이 담보물건을 제공,융자받기 직전에 들통나 직접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사기꾼들이 넘겨받은 부동산 담보서류는 무려 1조5천억원을 일시에 대출받을 수 있는 완벽한 것이었다. 검찰 조사결과 일부 피해기업가들은 자신이 특혜대출 대상자로 지목된 「사실」 자체를 영광스럽게 생각했는가 하면 사기꾼들이 대상에서 제외할 것처럼 술수를 부리면 애걸복걸 매달렸다는 것이다.

몇몇 기업가들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다된 밥에 왜 재를 뿌리려 하느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쳐 수사관계자들이 아연실색하기도 했다.

사기꾼들은 당국의 대출억제방침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압박이 심한 시점에서 정치자금 조성명분이야말로 가장 그럴듯한 「미끼」라고 판단,청와대에서 총선을 앞두고 정치자금을 조성한다는 소문을 퍼뜨린뒤 관광호텔이나 백화점 등 사치성 업소로 은행대출이 사실상 동결된 업체와 자금난 속에서도 사업을 확장하려는 기업체의 대표들을 범행대상으로 삼아 사기행각을 벌여왔다.

이들은 정부의 최고위층이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밀리에 자신들을 실무팀으로 운영중인 것처럼 꾸민뒤 피해자들에게 접근,『최근 정부가 도입한 4조원의 외국차관을 「믿을만한」 기업에게 특혜대출해주는 대신 대출액의 25%를 정치자금으로 공제한다』며 각 회사의 각종인감 10여종,담보제공 승낙서,사업지원금각서,등기부등본,토지·건물대장,대출업무 위임장 등 대출에 필요한 담보서류 일체도 넘겨받았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을 청와대정치자금 모집담당관,차관대출서류 점검관 등으로 사칭하며 서울시내 R호텔에 면접실을 차려놓고 피해자들이 담보물로 가져온 대출서류를 2차에 걸쳐 점검한뒤 보안유지를 위한 각서까지 받아내는 등 대담한 수법을 써왔다.

검찰조사결과 미심쩍어하는 기업인들에게는 『절차상 「웃분」이나 「세종로1번지」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자꾸 재촉하면 대상기업에서 제외시켜 버리겠다』며 거드름까지 피운 것으로 밝혀져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사기꾼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브로커」로 자처하며 평소에는 서울 종로 등지의 다방에 모여 온갖 「사업구상」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압수한 김광남씨의 낙서집 중에는 「로카(브로커)의 24시」라는 제목아래 『한건만 성공하면 5대후손까지 팔자가 늘어지기 때문에 로카의 세계에 한번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빠져 나오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로카들은 매일 상오 9시30분께 단골다방에 출근한다. 오전 커피한잔을 마시고 있노라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는 동업 로카들이 각기 정보를 교환하면서 되는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 로카의 업무가 시작된다』고 자신들의 생태를 적어놓기도 했다.

기업들이 넘겨준 대출용 담보서류들은 대부분 이미 대출전문 브로커들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피해를 당한 기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은 우리사회에 권력에 의한 특혜심리가 얼마나 만연돼 있는가를 보여준 희극이라고 할수 있다.<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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